▲ 김학용 편집국 부국장 |
기존의 정당들과 중앙언론 등 소위 ‘중앙’에서는 ‘지역정치 낭인들이 모인 호족정치’(민노당) ‘행정도시에 기댄 지역정당’(한국일보) ‘충청인을 단세포쯤으로 여기는 오만한 생각’(경향신문) ‘또 지역정당 만들겠다는 건가’(중앙일보) 등으로 깎아 내린다. 이런 혹평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반론(反論)을 내놓을 수 없다면 신당의 명분은 모호해지고 성공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심지사는 아직 창당을 공표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신당론에 대한 이런 비판에 대답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심지사 자신이 신당 추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고, 또 이번 4월 공주연기 등 국회의원 재선거에 ‘심대평 깃발’로 출전하는 이상 이미 창당 과정을 밟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심지사는 또 하나의 지역 정당이란 혹평을 반박할 수 있는 논리와 대의명분을 담은 ‘출사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충청지역 대변’은 지역에선 창당의 명분이 되겠지만 지역을 벗어나면 비판의 이유가 된다. 혹자는“한나라당이나 민주당도 지역당에서 출발한 것 아니냐”고 말 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의 전국정당화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기존의 정당들도 지역당의 한계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심대평 신당도 이런 현실을 구실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라면 창당의 명분은 크게 떨어지고, ‘또 하나의 지역당’이란 비판도 피해갈 수 없게 된다.
심대평 신당은 이런 비판을 물리칠 수 있는 새로운 논리와 명분을 제시해야 된다. 혹시 심지사가 자민련에 개혁 명제로 주문했던 ‘분권형정당제’나 ‘지방분권’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분권형정당제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없으나 신당이 대변할 대상은 단순한 충청도가 아닌 ‘지방’, 좌(左)도 우(右)도 아닌 ‘중앙’의 경쟁자 ‘지방’을 신당 이념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또 ‘중앙’에 끌려가기만 하는 ‘지방’, ‘중앙’의 머슴 같은 ‘지방’의 신세를 지방민들에게 알려주고 그에 대한 개선을 명분으로 삼는 것은 가능할는지 모르겠다. 물론 현실 정치에 도입하기에는 너무 추상적이고 따라서 비현실적이지 않느냐는 비판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가능하다면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과제와 부합한다는 점에서 누구도 신당을 함부로 폄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심지사가 신당을 추진하고 있다면 ‘또 하나의 지역당일뿐’이란 혹평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는, 명확한 창당 명분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리부터 무장해야 한다. 신당 창당의 전제 조건이다. 과연 그런 것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심지사가 정말 신당을 하겠다면 이제 그것을 내놔야 한다.
그러면 그가 ‘지방중심 정치인’의 모델로 삼고 있다는, ‘지방의 논리’의 저자이기도 한 호소카와 전 일본총리의 전례를 쫓지 말라는 법도 없다. 충남도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구마모토현지사를 두 번 지낸 그는 자민당에서 탈퇴, 일본신당을 만들어 제5당의 소수당 당수로 연립정권의 총리를 지낸 적이 있다. 일본의 지방분권화 정책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명분이 명확하고 그것을 실천하는 노력이 선행돼 성과를 거둔다면 혹시‘심대평 당’이 나중 손학규씨 등 다른 정치 세력과 손잡고 총리를 배출하는 시나리오까지 가지고 있는 없든 상관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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