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조건’을 남편 고르기의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는 서울여성들에게 실망한 서울남성들은 쓴 소주라도 들이키고 싶을 것이다. 필자는 서울여성들이 합목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호모사피엔스의 일반적 경향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생존’이 불안한 서울여성들에겐 남편감의 직업, 수입 등을 선택하여 안정된 삶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오랫동안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에서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생존’이 확보된 파리의 여성들이 ‘물질적 가치’로부터 가장 자유로운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정치사회학자인 잉글하트 (Ronald Inglehart)에 따르면, 개인 수입이 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면 그 사회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생존문제’로부터 해방되는 경향이 있다. 개인의 평균소득이 높아지면 개인들이 느끼는 ‘행복감’ 혹은 ‘생활만족도’는 대체로 높아진다. 그러나 이것이 만 달러 수준에 진입하면서는 평균소득의 성장이 행복감에 미치는 한계효용은 급격히 줄어든다. 다시 말하자면 만 달러 보다 높은 생활수준을 가진 사회에서는 돈이 개인의 행복을 사는데 그다지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사회도 만 달러 시대에 진입한지 수년이 지났다. 지난 60년대, 70년대, 그리고 80년대 초반까지도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성장’은 우리사회의 우선적 가치였다. 개인의 경우에도 ‘성장’을 위해 ‘목표 중심적’으로 살아야 했다. 서울대, 연대, 고대를 가는 것이 처절하리만큼 개인들의 목표달성을 위해 중요한 시기였다. 이제는 잉글하트가 제시하고 있는 ‘생존문제로부터 졸업할 수 있는 만 달러’시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서울의 신부들이 아직까지도 ‘생존 신드롬’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제는 돈이 신부들의 행복도를 높여주기에는 쓸데없는 골동품이 되어 가는 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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