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발생한 사건에 대한 범인 검거와 국가 형벌권의 엄정한 집행도 중요하지만 범죄는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위험수위에 다다른 학교폭력의 실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일단 발생한 범죄는 피해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기고 원상복구 또한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범죄 유발 환경을 우선적으로 제거해야 한다. 물론 경찰 역시 급변하는 시대 환경에 맞춰 능동적이고 문제 지향적 경찰 활동을 펼치고 있으나 여건상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찰력만으로 사회에 폭넓게 존재하는 범죄의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치료하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 등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책임의식에 기초한 참여와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 일환으로 경찰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협력치안체계 구축이다. 여기에 주민들은 지역치안의 실질적 동반자로서 민간의 노하우를 경찰력과 접목시켜 범죄예방과 지역사회 안정을 위한 막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유사 사례로 영국의 안전도시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안전도시 운동은 지방정부를 포함한 지역 사회 내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여 정기적인 모임과 세미나 개최 등 조직적이고 구체적인 활동을 통해 범죄를 감소시키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거리 조명을 밝게 하고 폐쇄회로 CCTV를 설치해 범죄에 대한 감시 기능을 높이는 한편 차량 오디오 재물등록 및 자동차 핸들 잠금장치 의무화와 절도 빈발지역을 중심으로 주민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된 이웃 감시 활동조를 운영하여 절도 예방 효과를 거둔 것이다. 민·경·관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이 돋보이는 사례인 듯싶다.
이처럼 어느 국가와 지역을 막론하고 협력치안체계의 구축은 이제 그 필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다.
이에 우리 경찰도 자치단체와의 유기적인 협조를 바탕으로 공공장소에 범죄예방을 위한 CCTV를 설치하고 자율방범인의 밤 행사 개최, 생활무전망 택시 및 민간 경비업체와의 협력방범체제 구축, 명예 포돌이·포순이 소년단 운영 등 다양한 지역 사회 구성원이 참여하는 협력치안 프로그램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 치안센터 공간을 공부방이나 지역민의 사랑방으로 개방하거나 사랑의 도시락 배달 등 지역 사회 일원으로서의 봉사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역사회의 하나의 구성원으로서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가 경찰의 존재 목적인 이상 지역 주민과의 치안 문제의 공유는 이제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된 것이며 지역민들은 단순한 치안의 수요자 또는 통제의 대상이 아닌 대등한 협력자로서의 역할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지역 사회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잘못된 행정에 대해 조언하고 어려울 때 서로 어깨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진정한 어울림이 필요한 것이다. 그만큼 고품격의 치안서비스를 위해서 협력치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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