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삼월이 한창이다. 훈기 실린 봄바람은 가볍고 상쾌하며 남도자락은 꽃이 만발할 태세란다. 최근 이런 자연의 섭리에 영향을 받았는지 각종 경제 징후들도 조금씩 나아져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하니 봄소식보다도 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춘풍이 대기업에만 불고 있는 것인지 중소기업은 여전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지난 4일 재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생산은 증가했으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 대기업 생산증가율은 전년 동월대비 6.5%, 중소기업 생산은 2.7%로 격차가 3.8%포인트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14.6%와 5.1%로 격차가 9.5%포인트로 확대되었고, 올 들어 지난 1월에는 20.6%와 5.2%로 격차가 15.4%포인트로 더욱 벌어졌다.
수익성에서도 대기업 경상이익률은 2001년 -0.58%에서 2002년 5.42%, 2003년 5.96%로 올랐으나 중소기업은 2.16%에서 3.39%로 개선되었다가 다시 2.49%로 추락했다. 또한 증권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회사채 가운데 중소기업이 주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채권은 1조887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3.6%가 급증한데 비해 주로 대기업이 발행하는 무보증사채는 1조4879억원으로 35.5%가 급감해 지난 해 실적호조로 자금사정이 좋아진 대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줄인 반면 중소기업들은 이를 확대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는 우리 사회의 계층화 확대는 물론 산업의 성장기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연초 정부가 경제정책 중심을 중소기업 육성에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조기에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크게 반길 일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의지만으로 양극화 해소와 대·중소기업이 동반성장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본회 조사에 의하면 중소제조업의 64%가 대기업과 직·간접으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소기업의 발전 없이 대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글로벌 경쟁시대에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양자간에 양극화 문제를 최소화하고 동반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호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대-중소기업 간 협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갑(甲)의 지위에 있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동반자적 관계로 보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즉 서로를 사업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동반성장을 추구할 때 진정한 의미의 협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은 판매와 마케팅, 기술이전, 자금·신용 지원으로 중소기업은 생산혁신과 기술경쟁력 제고를 통한 품질혁신으로 기여하는 상생의 대·중소기업간 협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끝으로 당부하고자하는 것은 정부나 대·중소기업 모두가 마음만 앞서 ‘협력’의 중요성을 말로만 외치거나 홍보용 기삿거리를 제공하는 행사로 일관해선 안 될 일이며 실질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돼야 한다는 점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진정한 협력관계야말로 우리 사회의 화두인 양극화 해소와 지역, 계층간 균형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