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컴퓨터와 아이들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교육단상]컴퓨터와 아이들

  • 승인 2005-03-09 01:06
  • 심규식 온양여고 교사·소설가심규식 온양여고 교사·소설가
며칠 전 저녁에 가까운 인척의 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그 집 아들인 초등학교 2학년 아이가 받았다. 아빠는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엄마는 헬스클럽에 가셨다는 얘기였다. 넌 무엇하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혼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 전에도 몇 번이나 그 아이가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마다 그 아이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어린이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착잡했다.

우리 나라는 세계적인 컴퓨터 강국이다. 거의 모든 직장에서 이미 컴퓨터가 없어서는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되었을 뿐 아니라, 가정에도 컴퓨터가 없는 집이 없다시피 하다. 심지어는 한 집에 여러 대의 컴퓨터가 있을 정도이다. 외형상 통계상으로 볼 때 컴퓨터 강국이며, 정보화 시대의 선진국이 분명하다.

모두 실감하다시피 우리 나라의 교육열은 치열하기 짝이 없고, 부모들은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자녀가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 우리 부모들은 너나없이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사 준다.
자녀들이 컴퓨터 시대를 살아 가려면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익숙하고 컴퓨터를 잘 아는 것이 큰 자산이 될 뿐더러, 학습에 필요한 여러 자료나 정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의 컴퓨터 이용 실태는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아니 바람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컴퓨터가 어린이나 청소년들의 성장과 학습에 긍정적 도움을 주기보다는 학습 성취를 망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어린 아이들은 컴퓨터를 통해 유용한 학습자료를 활용하거나 바람직한 읽을 거리를 찾아 내기보다는 갖가지 재미있는 컴퓨터 게임에 몰입하게 되고, 그렇게 컴퓨터 게임에 빠지다 보면 인내와 탐구, 사색이 필요한 바람직한 학습 습관을 기르지 못한다. 책 읽기에도 관심이 없고,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고, 밖에 나가 뛰어놀지도 않고 고독한 컴퓨터 속으로 도피하는데, 그만큼 컴퓨터 게임이 자극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엔 우수한 학습 성취를 보이다가 고등학교에 와서 급전직하의 추락을 보이는 학생들이 있는데, 그 원인이 컴퓨터 게임에의 몰입이거나, 아니면 채팅, 음란물과의 접속 등이다. 밤을 새워가며 컴퓨터를 한 다음 몽롱한 상태로 학교에 간 학생이 어떻게 학습에 열중할 수 있겠는가. 고등학교 교사들은 어떤 학생이 컴퓨터에 빠졌다 하면 이미 학습을 그르친 녀석으로 판단하고 있다. 학교에서 그런 학생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벼는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늘 돌봐 주어야 알찬 결실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이들 또한 벼와 마찬가지로 부모의 세심한 배려와 감독이 필수적이다. 늘 자녀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로 컴퓨터를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컴퓨터 사용에 대해서는 엄격한 통제와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