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생명 의지(生意)가 피어나는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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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생명 의지(生意)가 피어나는 봄

  • 승인 2005-03-09 00:00
  • 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
앗! 봄이다! 2월을 마무리하던 어느 날 학교 뒷산에 오르고서야 봄이 왔음을 알았다. 아직은 영하의 찬 기운이 우리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 학교 뒷산의 대지는 질퍽질퍽 녹아있었던 것이다. 바로 봄기운이다. 대지가 우리에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죽음의 도시에 살고 있는 우리는 봄의 소리를 듣지도 느끼지도 못한다. 대지가 살아 숨쉬고 있음을 그리고 대지로부터 살고자 하는 강인한 생명 의지를 지닌 소중한 생명들이 태어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생명을 느끼는 감각이 마비되었기에 우리는 타인의 생명을 짓밟고 자연의 생명을 파괴하며 우리 자신의 생명 의지마저도 상실해 간다.

연일 매스컴에는 살인과 폭력 그리고 자살과 관련된 기사들이 난무한다. 이제 우리는 자연이 들려주는 봄이 오는 소리, 살고자 하는 의지로 가득 찬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듣고 느껴야 한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나와 우리 그리고 자연의 살고자 하는 의지를 키워가야 한다.

생명은 살고자 하는 의지(生意)에서 시작된다. “나무에 비유하면, 처음에 싹이 돋는 것이 바로 나무의 생명의지(生意)가 발단(發端)하는 곳이다. 싹이 돋은 뒤에 줄기가 나오고, 줄기가 나온 뒤에 가지와 잎이 생기며, 그런 뒤에 끊임없이 낳고 낳는다. 만약 싹이 없다면 어떻게 줄기가 생기고 가지와 잎이 생기겠는가? 싹이 돋아 날 수 있다면 반드시 아래에 뿌리가 있다. 뿌리가 있어야 비로소 살고, 뿌리가 없으면 곧 죽는다. 뿌리가 없다면 어디서 싹이 돋아나겠는가?”(王陽明의 傳習錄)

겨울 내내 죽은 듯이 침묵하고 있던 뿌리에서 싹이 피어난다. 이 싹은 이 뿌리가 보여주는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뿌리는 이 생명의 싹을 틔워내기 위해 지난겨울의 모진 추위와 풍파를 이겨내고, 봄을 맞이하여 이 싹을 틔워냄으로써 자신의 강한 삶의 의지를 표현해 내고 있는 것이다.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지닌 이 싹으로부터 줄기와 가지와 잎이 생겨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뿌리로부터 싹을 틔워 점진적으로 생명을 펼쳐가는 생명 의지의 전개 과정이 바로 ‘생생불식(生生不息)하는 인(仁)’의 전개 과정이다.

“부자와 형제간의 사랑은 바로 사람 마음의 생명 의지가 발단하는 곳으로 나무가 싹을 틔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이로부터 사람들을 사랑하고[仁民] 자연만물을 사랑하는 것[愛物]은 바로 줄기가 나오고 가지와 잎이 생기는 것이다.”(王陽明의 傳習錄) 뿌리로부터 싹이 발아하듯 인간 마음으로부터 부모와 자식, 혈육 간의 사랑이 싹튼다. 뿌리로부터 싹이 돋아나 그 싹으로부터 줄기와 가지와 잎이 점차 피어나듯 혈육 간의 사랑이라는 싹이 돋아나 점차 타인을 사랑하고[仁民] 자연만물을 사랑할[愛物] 수 있는 것이다.

생명 의지는 단지 나만이 살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 가족만이 잘 살고자 하는 의지도 아니다. 모든 존재물들을 사랑하고 살리고자 하는 의지이다. 그것은 바로 천지만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느끼고 사랑하는 만물일체(萬物一體)의 ‘인(仁)’이다. 사랑(仁)으로 내 가족은 물론 타인들과 자연만물 모두를 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생명의지가 피어나는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생명의 그물망 안에 있기에 남이 아닌 남을 살림으로써 내가 사는 것이다.

생명 의지가 피어나는 봄! 따사로운 숨결이 가득한 봄! 우리 자신의 생명 의지를 잘 키워나가자.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타인과 자연을 사랑하자. 이제 자신을 죽이고 타인을 짓밟고 자연을 손상시키는 폭력이 우리 곁에서 사라지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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