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에세이]소통의 구조를 복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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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세이]소통의 구조를 복원하자

  • 승인 2005-03-08 02:32
  • 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이광진 대전경실련 사무처장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케이블 TV를 통해 전에 보았던 영화를 다시 보게 되었다. 진해크만이 주연한 ‘크림슨 타이드’ 라는 영화였는데 미국의 메사추세츠 해안에 작전 중이던 잠수함이 사고로 침몰하면서 겪게 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침몰한 잠수함 내에서는 구조에 대한 어떤 판단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무전기가 고장 나면서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되고 이로 인해 잠수함 내에서 우왕좌왕하면서 생겨난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는 전개되고 있다.

큰 고민거리가 아님에도 외부와의 연락이 단절됨으로써 그 내용을 받아보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그들은 통신기기 하나의 고장에 따라 엄청난 고통과 갈등을 겪는다는 내용이 이영화의 줄거리이다.

이 영화를 보면 ‘소통’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데 바로 그 구조가 소통의 구조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최근 우리 사회를 보면 여러 곳에서 의사소통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보게 된다. 정치권은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안위를 우선시하여 생각하고 소임을 다해야 하는데 모든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하여 나에게, 내가 속해 있는 정당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에 온갖 관심을 가지고 소통의 구조를 스스로 막고 있다. 어려운 서민경제의 회생노력에 온 국민이 합심하여야 함에도 가진 사람과 갖지 못한 사람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진 사람은 가진 것을 지키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없는 사람은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서로를 배척하며 전체의 이익을 위한 소통의 구조를 막아 놓아 버린지 오래다. 학교는 어떤가? 미래의 주역을 키워내야 하는 학교 또한 교육에 대한 상반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자기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강한 아집을 보이고 있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뿐만 아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자처하는 종교계는 어떠한가? 진리를 깨치고 영혼을 구원하여야 함에도 종교계 스스로 그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 차에 대한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가정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의 기초가 되어야 할 가정이 부부간에, 부모와 자녀 간에 소통의 통로가 막혀 남편과 아내가 서로 불신하고 자녀와 부모가 믿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어디를 둘러봐도 제대로 된 소통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우리사회가 이런 구조를 지속한다면 우리 사회는 침몰한 잠수함의 아수라장 이상으로 변해 버릴 수도 있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우리의 사회가 왜 이렇게 변해버린 것인가? 아마도 공동체 와해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 사회가 수직의 관계에서 평등의 관계로 변하였고 평등의 관계가 개인의 관계로 변하면서 공동체를 유지하던 사회의 권위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부모의 권위가, 교육자의 권위가, 정치인의 권위가….

세상의 모든 조직은 그 조직을 이끌어가는 지도자의 리더십이 존중되고 받아들여져야 함에도 어느 순간 그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사회구조는 결국 급격한 개인주의를 불러오면서 무엇을 하든 우선되는 사고가 ‘나’에서 출발하므로 내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 입장에서 이야기 하고, 내 입장에서 행동하게 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며 그것을 위한 노력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그 길을 제대로 가기 위해서는 나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남의 입장에서 말하고 남의 입장에서 행동하는 지혜를 모아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건강한 리더십을 육성하고 그 권위를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우리의 막혀 버린 의사소통구조는 체증이 풀리듯 시원하게 풀릴 것이고 우리가 원하는 공동체 사회, 모두가 행복해지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의 지혜 있는 판단과 행동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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