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꽃샘추위가 아직은 한두 번 남아 있다는 일기예보가 봄을 맞이하는 우리 마음을 긴장시킨다. 반갑지 않은 꽃샘추위가 생태계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통과의례라고 말하는 생물학자도 있다. 식물이 이제 막 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맺기 시작할 때 겨우내 웅크렸던 벌레들도 생명을 터뜨릴 준비를 하기 때문에 이때 불어오는 꽃샘추위가 나무의 해충을 얼게 하며 식물을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방충의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한 봄의 시샘으로만 볼 수 없는 추위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복병처럼 웅크리고 있다. 꽃샘추위가 심할 때 개나리의 노란 꽃망울이 활짝 펴보지 못한 채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꽃샘추위를 견뎌낸 식물만이 일 년의 꽃과 열매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학교 현장에서 생각하는 새 봄의 의미는 새해보다 크다. 새롭게 시작된다는 새로움의 의미도 있지만, 상급학년 진급, 교원 인사 이동 등 교육 현장의 변화가 심한 계절이다.
새학기증후군 중에 다동성(多動性)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변화와 이동이 극심한 새 학기 생활에 학생이 강한 스트레스와 거부 반응을 보이는 현상이다. 새 교실, 새 친구, 새로운 학습 내용….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일상의 코드를 모두 바꾸어야 한다. 새 학기라는 설렘보다는 모든 것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스런 과제들이 부여되는 것이다.
새 학기는 급우 관계나 학습에 대한 부적응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통계학적으로도 학교 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자퇴나 휴학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우리 학생들이 새 학기의 꽃샘추위를 잘 이겨내도록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식물이 꽃샘추위를 이기기 위해선 따뜻한 햇볕이 필요하듯이, 새학기증후군을 이기게 하기 위해선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 외엔 특별한 처방이 없다.
가방을 메고 늘 다니는 자녀의 등?하굣길이지?? 새 학기에는 관심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식생활이나 수면 상태도 여느 때와 다른 점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교사들은 상급 학년의 새로운 교재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개개인의 정보를 신속히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생을 둘러싼 새로운 인적 환경이나 달라진 물리적 환경을 파악하고, 이러한 환경이 학생의 학교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예측해야 한다. 이렇듯 가정이나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 때, 학생은 새 학기에 불어오는 변화의 꽃샘추위를 꿋꿋이 견디는 것은 물론이고, 장차 아름다운 학교 생활의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봄이 오면, 겨울을 이겨낸 고향의 황토 언덕이 봄볕을 받아 노랗게 아지랑이를 피우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황토 흙은 다양한 삶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릇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집을 짓는 데도 주 재료였다.
노자는 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들었을 때, 흙이 그릇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빈 곳(無)이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새 봄이 만들어내는 대지의 경이로움 속에서 정작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봄의 풍물이 아니라 겨울과 꽃샘추위를 이겨낸 후 깨닫는 무심(無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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