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새학기의 꽃샘추위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월요아침]새학기의 꽃샘추위

  • 승인 2005-03-07 01:39
  • 오광록 대전광역시교육감오광록 대전광역시교육감
우수도 경칩도 지나고 세상은 본격적인 봄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아랫녘에선 노란 산수유가 꽃망울을 맺었다는 소식도 들려오니, 기나긴 겨울이 가긴 갔나 보다.

그러나 꽃샘추위가 아직은 한두 번 남아 있다는 일기예보가 봄을 맞이하는 우리 마음을 긴장시킨다. 반갑지 않은 꽃샘추위가 생태계를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통과의례라고 말하는 생물학자도 있다. 식물이 이제 막 싹을 틔우고, 꽃망울을 맺기 시작할 때 겨우내 웅크렸던 벌레들도 생명을 터뜨릴 준비를 하기 때문에 이때 불어오는 꽃샘추위가 나무의 해충을 얼게 하며 식물을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방충의 역할을 해준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한 봄의 시샘으로만 볼 수 없는 추위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복병처럼 웅크리고 있다. 꽃샘추위가 심할 때 개나리의 노란 꽃망울이 활짝 펴보지 못한 채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꽃샘추위를 견뎌낸 식물만이 일 년의 꽃과 열매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학교 현장에서 생각하는 새 봄의 의미는 새해보다 크다. 새롭게 시작된다는 새로움의 의미도 있지만, 상급학년 진급, 교원 인사 이동 등 교육 현장의 변화가 심한 계절이다.

새학기증후군 중에 다동성(多動性)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변화와 이동이 극심한 새 학기 생활에 학생이 강한 스트레스와 거부 반응을 보이는 현상이다. 새 교실, 새 친구, 새로운 학습 내용…. 학생의 입장에서 보면 일상의 코드를 모두 바꾸어야 한다. 새 학기라는 설렘보다는 모든 것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스런 과제들이 부여되는 것이다.

새 학기는 급우 관계나 학습에 대한 부적응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다. 통계학적으로도 학교 생활 부적응으로 인한 자퇴나 휴학도 새 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우리 학생들이 새 학기의 꽃샘추위를 잘 이겨내도록 가정과 학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식물이 꽃샘추위를 이기기 위해선 따뜻한 햇볕이 필요하듯이, 새학기증후군을 이기게 하기 위해선 따뜻한 관심과 보살핌 외엔 특별한 처방이 없다.

가방을 메고 늘 다니는 자녀의 등?하굣길이지?? 새 학기에는 관심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식생활이나 수면 상태도 여느 때와 다른 점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교사들은 상급 학년의 새로운 교재 내용을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 개개인의 정보를 신속히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생을 둘러싼 새로운 인적 환경이나 달라진 물리적 환경을 파악하고, 이러한 환경이 학생의 학교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예측해야 한다. 이렇듯 가정이나 학교에서 학생 개개인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 때, 학생은 새 학기에 불어오는 변화의 꽃샘추위를 꿋꿋이 견디는 것은 물론이고, 장차 아름다운 학교 생활의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봄이 오면, 겨울을 이겨낸 고향의 황토 언덕이 봄볕을 받아 노랗게 아지랑이를 피우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 황토 흙은 다양한 삶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릇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집을 짓는 데도 주 재료였다.
노자는 흙을 이겨서 그릇을 만들었을 때, 흙이 그릇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그 빈 곳(無)이 그릇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하였다.

새 봄이 만들어내는 대지의 경이로움 속에서 정작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봄의 풍물이 아니라 겨울과 꽃샘추위를 이겨낸 후 깨닫는 무심(無心)일지도 모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