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위헌 결정, 호남고속철 중부권 분기 등과 같은 굵직한 현안에 충청권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통과된 행정도시특별법 역시 지역정가는 물론 전국이 시끌러울 정도로 커다란 찬반양론이 날카롭게 대립했다.
결국 500만 충청인, 민선 단체장, 지방의원, 국회의원들이 힘을 모은 결과,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에 버금가는 행정도시특별법 국회 통과라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지방분권화 개막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를 다시한번 생각해 봐야한다.
지역 정당론이니 중부권 신당론, 지방분권형 정당제 등 비슷한 말들이 충청 정가에 회자되는 이유도 지역 정치권이 ‘생활 정치’의 버팀목이 돼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역 정당론은 기존의 정당 총재(오너) 출신지 중심으로 형성되는 낡은 형태의 로컬 파티(local party) 개념이 아니다. 쉬운 말로는 생활정치, 삶의 정치 등으로 표현되는 주민자치 운동의 연속선 상에 있는 미래지향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 정치세력화 논의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도 현재 지역 정치권을 불신하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제 정치권도 지역 여론 수렴 차원이 아닌 지역민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세력으로 자리할 시기가 도래했다.
정치인들도 예전처럼 중앙당의 논리만을 추종하거나 보스 정치의 산물인 봉건적 리더십만을 갖고서는 유권자 및 당원들을 이끌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정당은 시당과 도당 등 지방 단위 조직을 하위 개념이 아닌 지방분권형 지역 정당 체제로 갖출 필요가 있다.
시당과 도당에도 공천 심사 참여, 기간당원 징계 및 포상권, 자체 예산 편성권 등을 부여해 중앙당과 때로는 대등관계, 혹은 당론과 배치될 경우 긴밀한 조율을 할 수 있게끔 해야한다.
권한 없는 시당, 도당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단순히 지역 여론을 중앙당에 올리고 행정 절차만을 이행하는 지역 정당이 있는 한 정치권의 지방분권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제도가 도입될 때만 정치에 무관심한 일반 주민들을 생활정치의 틀로 끌어낼 지름길이라고 생각된다.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가 한 때 유권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이유가 바로 정치를 주민들의 생활속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운동은 차세대 시민운동의 핵심과제이며 주민자치에 대한 무관심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역 정당은 바로 주민자치운동과 결합돼야 생명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아직 우리사회가 분권화 돼 있지 못한 상황에서 법과 제도를 고쳐나가야 할 것이 많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지방분권, 국토균형 발전 못지 않게 지역 정치권의 탈 중앙화도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당의 분권화는 지역차원의 조례제정권의 독립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가능하다.
현재 지방의회 입법권 범위는 사실상 행자부 지침에 의해 문구 정도만 조정할 수 있는 권한 밖에 없다. 지침에 어긋나면 중앙정부의 유권해석을 받고 이에 대한 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하니 지방자치 발전은 요원할 따름이다.
입법권의 분권화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중앙당과의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역 정당의 올바른 개념이 정착되기 위해선 정치권의 분권화가 하루 빨리 시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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