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친일행위자 묘가 현충원에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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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친일행위자 묘가 현충원에 있다니

  • 승인 2005-03-05 00:00
  • 이규봉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이규봉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
국립현충원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고귀한 삶을 희생하고 아울러 국가발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분들의 충의와 위훈을 후손들에게 영구히 보존·계승시키기 위해 또는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장렬히 산화하신 호국영령 및 순국선열을 모시고 그분들의 생전의 업적을 추모하기 위해’ 설립되었다고 한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성스러운 자리에 묻혀서는 안 될 자의 묘가 국립대전현충원에 있다. 그는 바로 김창룡(장군1묘역 69번)이다. 그는 일제시대 때 일본 관동군 헌병대에서 밀정으로 있으면서 항일 독립투사들을 잡아들이는데 큰 공을 세워 헌병오장(하사급)으로 특진되었다. 해방 후 친일죄로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탈옥에 성공하여 월남하였다. 그 후 육사 3기생으로 장교가 되어 육군특무부대를 창설하고 동해안반란사건, 뉴델리밀담설등 각종 사건을 조작하여 이승만의 정적을 제거함으로써 이승만 독재정권의 초석을 다졌을 뿐 아니라 양민학살에 앞장섰다.

그뿐 아니라 민족지도자이신 백범 김구 선생의 암살 배후자로 지목되는 등 갖은 반민족 행위를 저질렀으며 결국 1956년 부하에게 암살당하였다. 그가 죽은 지 42년 후인 1998년, 정권의 교체기에 그의 묘가 슬그머니 대전국립묘지의 장군묘역으로 이장되었다. 바로 옆 애국지사 묘역에는 백범 김구 선생님의 모친 곽락원 여사(애국지사2묘역 771번)와 아들 김인 선생(애국지사2묘역 772번)의 묘가 있다. 어떻게 애국지사와 그들을 핍박한 자의 묘가 함께 있을 수 있는가?

이것은 국립현충원에 대한 모독이며 아울러 전 국민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이것은 우리 국민을 욕보이고 역사를 욕보일 뿐만 아니라, 이곳에 고이 잠들어 계시는 애국지사들과 순국선열을 능멸하는 것이다. 또한 이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우리 국민은 전국의 국립묘지에서 감히 애국지사와 같이 누워 편한 잠을 자고 있는 모든 민족반역자들을 이 신성한 곳에서 추방해야 한다. 그리하여 반민족행위자들은 죽어서도 절대 대접받지 못한다는 추상같은 원칙을 세워야 할 것이다. 참으로 비통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당장 파내라. 그의 묘는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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