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농산물시장 누가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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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농산물시장 누가 지킬 것인가

  • 승인 2005-03-04 00:53
  • 박종수 충남대 낙농경영학과 교수박종수 충남대 낙농경영학과 교수
지난 며칠 전에 돼지를 사육하는 농업인 50여명과 양돈산업 현안에 대한 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가 끝나고 참석자 모두가 인근 식당으로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갔다. 그 식당의 메뉴에는 돼지고기 삼겹살구이가 없었는데 점심은 삼겹살구이로 맛있게 먹었다. “돼지를 사육하는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많이 먹어야겠기에 식당주인에게 특별히 주문해서 오늘 삼겹살구이를 먹습니다. 집에서도 돼지고기를 자주 먹습니다만, 외식을 할 때는 더욱 더 의도적으로 돼지고기를 먹으면서 주위의 식객들에게 돼지고기의 우수성을 은근히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날 간담회를 주관한 양돈농가 대표의 이야기다. 그렇다. 돼지고기시장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돼지를 생산하는 양돈농가이다.

돼지를 사육하는 양돈농가들이 지난해부터 시장에 출하하는 돼지 1마리 당 400원씩을 자발적으로 납부해서 모인 기금으로 돼지고기에 대한 소비촉진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요즈음 3명의 유명연예인이 출연하여 TV광고를 전개하고 있는 소위, 웰빙 삼총사의 돼지고기 소비촉진광고도 양돈농가들 스스로가 출연한 기금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농업의 개방화에 대응하여 양돈농가들이 자기들이 생산?판매??돼지고기시장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이로 인해 돼지고기의 소비가 안정되어 돼지 가격이 사상 유래 없이 높게 유지되고 있으니, 양돈농가들은 1마리 당 400원씩을 부담하고 몇 만원씩의 이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같이 농업인들이 자기들이 생산?판매하??농축산물의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 스스로가 공동으로 출연하여 운용하는 자금을 우리는 농축산물 자조금(自助金)이라고 한다.

양돈농가들의 이 같은 자구노력에 이어, 지난달 16일에는 한우농가들이 의무자조금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각 지역의 한우농가를 대표하는 한우자조금대위원들이 투표자의 만장일치로 한우자조금을 거출하기로 결정하고, 전국의 한우농가들이 생산?판매하??모든 한우비육우에 대해 1마리 당 2만원씩의 자조금을 의무적으로 납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우산업을 지키겠다는 한우농가 스스로의 강한 열의와 의지의 결과로 생각된다. 참으로 뜨거운 격려를 보내고 싶다. 내가 생산한 농축산물을 내가 먼저 지킬 의지가 없다면 누가 지켜주겠는가? 고품질의 한우고기를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한우고기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여 한우고기를 우선적으로 선택토록 하는 소비촉진활동도 한우고기 시장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한우농가 스스로의 몫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쇠고기시장에서 한우고기를 비롯한 국내산 쇠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에 불과하며, 수입쇠고기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65%를 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미국의 광우병 발생사실이 보도된 이후, 소비자들이 쇠고기를 외면함으로써 수입쇠고기는 물론 한우고기시장 마저 크게 위축되었다. 이는 소비자의 쇠고기시장에 대한 불신과 오해에서 야기된 결과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쇠고기유통의 투명성을 조속히 확보함은 물론 소비자에게 한우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정보를 충분하고 정확하게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도 한우농가 스스로가 부담하는 자조금제도를 통해서 수행될 수 있다.

내가 생산한 농축산물 시장은 나부터 솔선해서 지키겠다는 의지가 우리 농업에서 무엇보다도 크게 요구되는 시기이다. 쌀 수입개방 반대집회에 참여하러 가면서 우리 쌀로 만든 김밥이나 주먹밥이 아닌 수입밀가루로 만든 빵이나 인스턴트 식품을 간식으로 먹는다거나, 집회 후에 배가 고프다고 조금이라도 빨리 먹을 수 있는 칼국수나 자장면을 먹는 농가가 있다면, 그런 모습은 절대로 소비자의 공감대를 얻을 수 없다. 소비자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생산자인 농업인이 먼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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