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배 서울주재 정치부장 |
어릴 적 이렇게 시작된 수도 서울에 대한 개념은 초등학교 고학년에 들어서야 비로소 실체를 경험한다. 창경궁 벚꽃과 동물원, 전차, 남산케이블카 등 낮선 땅 수학여행을 통해 비친 평화로운 광경은 지금껏 추억의 한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며 개발연대의 고속성장을 구가하던 시절 경쾌한 리듬에 맞추어 흘러나오는 수많은 ‘서울찬가’는 한국의 역동적인 발전상을 상징했다. 이 나라 대다수 국민의 마음에 서울의 팽창은 성장한국의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또 그 구성원으로 서울서 한번 살아 보겠다는 동경심을 자아내게 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은 과히 기회의 땅으로 끊임없는 발길이 이어졌다. ‘말은 낳아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낳아 서울로 보내라’는 교육열은 수도과밀화에 한몫 했다.
그렇다면 서울의 하루는 어떻게 움직이는가. 그 화려함 속에 감춰진 도시빈민층의 생활상은 또 어떠한가. 팽창일변도로 뻗어나간 수도권은 국토의 4분의1이란 면적에 전체국민의 절반이 모여 살고 600여만대의 자동차가 움직이는 서울에서의 하루는 그리 만만치가 않다.
수서~분당간 6.6km에 걸친 서울지하철 연장공사에 드는 비용이 6000억원으로 m당 1억원이 소요된다면 차라리 금괴를 깔아놓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힌다는 자탄이 터져나온다. 최근 10년평균 대기오염 조사결과 서울시민이 제주로 가 산다면 3년의 수명은 더 연장될 것이란 사실이 혼탁함을 실감케 한다.
하루 수만톤 이상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 량과 곁들여 범죄발생도 매일 1000여건이 넘는다
그렇다면 서울을 떠나고 싶으면서도 계속 눌러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뭘까. 힘깨나 쓰는 권력기관이 몰려있고, 교육과 문화생활, 취업과 각종 정보, 그밖에 아무래도 생활용품의 구매가 싸고 편리하다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서울의 자연환경을 빼놓을 수 없다.
자연조건만을 놓고 본다면 한강수와 북한산 등 녹수와 청산를 낀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전형인 서울은 외국의 어느 도시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연기·공주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천신만고 끝에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법적 효력과 지위를 갖고 거대한 대역사의 고동이 울려 퍼질 날도 머지 않았다. 서울이 가진 환경적 요건을 모두 갖춘 곳이 또한 이 지역이란 점에서 오래 전부터 많은 눈독이 쏠린 곳이기도 하다. 이제 금강시대, 금강의 기적을 만들 차례가 됐다. 모쪼록 수도서울의 대안으로 마련된 행정도시가 백년대계가 될 수 있도록 차분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급팽창이 몰고 온 서울의 문제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장·단점은 깊이 살펴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먼저 관존민비(官尊民卑)의 고정관념을 깨야만 한다. 12부4처2청의 정부부처 이전이란 막연한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더 이상 관이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 지역에 민간투자가 왕성히 일고, 일자리가 마련되어 사람 냄새가 나는 자족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만들어 보자. 서울,수도권 못지 않은 행정도시로 가꿀 책임과 과제가 이제 충청도민의 몫으로 남게 된 것이 오직 오늘의 현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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