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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속의 음식, 음식속의 역사 /주영하 저. 사계절. 280쪽. 1만5000원.
풍속화에는 참 생소한 조선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다. 암소의 젖을 짜는 내의원 의관들, 요즘은 잘 먹지 않는 숭어찜을 먹는 장면이나 조선 사람들이 차려낸 서양 음식 까지.
그러나 김치가 등장하는 조선의 그림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그림속의 음식, 음식속의 역사’는 그동안 풍속화 에서 소품에 지나지 않았던‘사물 혹은 음식’을 통해 전혀 다른 조선의 모습을 주장하고 있다.
김치 역시 이 책에서는 100년전 조선인들에게는 전통음식은 커녕 획기적인 새로운 음식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신봉하는 전통의 대부분 역시 약 100년을 전후한 시기였다는 것이 이 책의 주장. 저자는 이른바 외국인들의 눈에 가장 조선적인 음식으로 포착된 김치를 조선인들은 ‘역사적으로 유구한 우리의 전통’으로 만들어갔다고 말한다.
조선음식이 담겨 있는 스물 세장의 그림을 통해 조선 후기를 살았던 사람들의 음식 풍속과 그 속에 담긴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 책은 23장의 각 장마다 본문 첫페이지에 해당 그림의 전도를 실었고 그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기 위해 부분 그림 103컷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서민의 애환이 담긴 음식을 분석한 1부는 단오절 씨름판 풍경을 그린‘대쾌도’를 통해 술장사꾼과 엿장수에 주목한데 이어 길가에서 술 파는 할미를 그린 김홍도의 그림을 통해 조선 시대 행정제도의 이면을 파헤치고 있다.
국가적 행사때 쓰인 궁중 음식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2부에서는 드라마 대장금에서 보여줬던 바와는 달리 중국 사신 접대가 매우 간소했었다고 말한다.
조선 관료들의 음식을 상세히 분석한 3부는 선조때 있었던 102세 노모 ‘경수연’을 묘사한 그림을 통해 당시 궁중 요리를 남자가 맡았음을 보여주고 소 도살 금지령이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양반네들이 숯불 쇠고기로 잔치를 벌이는 모습을 담는등 우리가 몰랐던 19세기 조선 선비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준근과 안중식의 근대적 시선이 담긴 그림 넉장을 분석한 4부에서는 서양인들의 눈에 이국적으로 보이는 조선의 풍속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며 오늘날 한국학 학자들이 무수히 재생산하는 것이 결국은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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