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새털처럼 가벼운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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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새털처럼 가벼운 자동차

  • 승인 2005-03-01 00:00
  • 이창길 책임연구원이창길 책임연구원
이창길 한국기계연구원 재료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


이런 저런 일로 서울에 가면 대개 코감기가 걸린다. 코나 기관지가 좀 약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는 탓도 있겠지만 창원보다 서울의 공기가 그리 깨끗하지 못하기 때문 일게다.

나는 불과 몇 년 전까지 자동차 배기가스가 공기오염의 주범이라는 언론 발표를 심심찮게 접하면서 “나마저 복잡한 도로에 차를 보태면서 공기를 더 오염시킬 수는 없어”라는 오만한(?) 생각으로 운전면허를 따지 않고 버텼다.

그랬는데, 아내의 날카롭게 치켜 뜬 눈매와 엄중한 경고 한 마디에 냉큼 운전면허를 따고 이젠 누구보다도 운전을 즐기고 있으니….

그래서 생각을 바꾸었다. “그래, 자동차는 필수품이야. 대신 연비 좋은 차를 쓰자. 연비가 좋으면 같은 거리를 가도 배기가스가 적게 나오고 어쩌구 저쩌구….” 하지만 이런, 연비 좋으면 뭐 하나? 연비 좋다는 핑계로 여기저기 부지런히 다니면서 뿜어댄 그 많은 배기가스는 어찌 하냐고~.

흠, 우선 자동차가 가벼워야 하겠군. 중량이 상당히 나가는 엔진부터 손을 볼까? 엔진블록과 헤드, 피스톤, 밸브류 등은 높은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고강도 내열 알루미늄 합금으로 바꾸면서 부피를 줄이면 꽤 가벼워지겠지.

기어박스, 트랜스미션 케이스 같은 것들은 마그네슘 합금을 쓰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마그네슘은 아주 가벼운 금속이잖아? 커넥팅 로드나 동력전달용 축들은 지금보다 더 강한 강철을 사용하면 부피를 줄일 수 있고 그 만큼 무게를 줄일 수 있을 거야.

그 다음은 차체. 지금까지 자동차 차체는 강철판으로 만들어졌지. 그렇다면, 철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같은 걸로 만들면 차체가 아주 가벼워질 텐데.

알루미늄은 비중이 철의 삼분의 일 정도이고 재료의 강도는 절반 정도니까, 차체 강도를 동일하게 한다면 알루미늄 차체가 강철 차체보다 무려 40% 이상 가벼워지네. 플라스틱 차체는 훨씬 더 가볍겠지? 연료통도 플라스틱으로 하고. 그런데, 알루미늄은 우리나라에서 무척 비싸잖아. 아마 서너 배는 비쌀 걸?

플라스틱도 자동차에 쓰려면 고급 플라스틱이나 플라스틱 복합재료이어야 하는데 이 것들도 값이 만만찮을 것 같은데. 그래도 무게가 가벼워지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쓸 만도 해.

그리고, 철판 여러 장을 이리 저리 붙여서 만들던 범퍼 부품이나 엔진 지지대 같은 것들도 두께 얇은 철재 파이프 하나로 풍선 불듯이 불어서 만들면 무게를 또 줄일 수 있지.
와! 이렇게만 해도 차체 무게가 무려 30% 줄어드네. 놀랍군.

이런 식으로 하면 자동차 무게 절반으로 줄이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러면 연비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좋아 지겠지. 휘발유 1ℓ로 100㎞ 갈 수 있는 자동차가 나올 날도 멀지 않다.

연료를 휘발유가 아니라 천연가스(LNG)나 석유가스(LPG) 아니면 쓰레기 더미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쓰면 어떨까? 아니면 알코올? 이런 것들은 타 봐야 수증기와 이산화탄소 밖에는 안 나오니까 휘발유 쓸 때보다 대기오염이 줄겠지.

마지막에 나오는 배기가스라고 해봐야 물이니까 완전 무공해 자동차네. 이 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여러 사람들이 부지런히 연구하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이런 자동차들도 근본적으로는 가벼워야 해. 새털처럼.

새털처럼 가벼운 자동차. 아, 좋다. 언제나 상상은 즐거워. 아니지, 결코 상상이 아니지. 왜냐고? 벌써 전보다 가벼워진 자동차들이 만들어지고 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같은 엔지니어들이 자동차를 다이어트 시키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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