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훌쩍훌쩍 우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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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훌쩍훌쩍 우는 딸

  • 승인 2005-03-01 00:00
  • 신웅순  중부대 교수·문학평론가신웅순 중부대 교수·문학평론가
예전에는 미운 일곱 살이라고 했는데 요새는 미운 다섯 살이다. 한 번 들여놓은 버릇은 여든 살까지 간다. 그래서 때려서라도 버릇을 가르치려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무슨 일이었던지 기억은 나지 않으나 떼를 쓰는 딸아이에게 심하게 손을 댄 적이 있다. 아이의 버릇을 고쳐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에 얼굴을 묻고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왜 우느냐고 호통을 쳤다. 그랬더니 어깨만 들썩거렸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참았다. 딸아이한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을 하고 후회가 되었다. 버릇이 고쳐졌는지는 모른다. 왜 맞아야하는가를 아이에게 설명하지 못했다. 아이한테 상처만 준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얼마 후 그것이 안쓰러워 ‘딸년’이라는 헌시 한 편을 남겼다.



버릇없어 때렸더니
지구 한 귀퉁이에서 훌쩍훌쩍 서럽게
도 운다

남몰래 서럽게 울 날이 많을 텐데
정말 때리지 말 걸 그랬다



이게 부정(父情)인가보다. 앞으로 살아가려면 울 날이 많을 텐데 후회가 되었다. 그 후부터 일절 아이들한테 손을 대지 않았다. 잘못하면 왜 잘못했는가를 스스로 생각해보라고 했다. 아이는 어른들의 행동을 무심코 배운다고 했다. 부모의 행동은 어린이들에게 노출이 되어있다. 어른들의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가. 몸서리쳐질 때가 있다.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면 나는 언제나 무거운 사람이었다.

그 애가 올해 대학에 들어갔다. 머리 숱은 많지는 않지만 유난히도 머리가 길었다. 가끔 난 긴 머리채를 한 갈래 아니면 두 갈래로 따보라고 했다. 그러면 어른들이 참 예뻐할 것이라고. 딸아이는 지금 그렇게 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하면서 얇게 웨이브를 했다. 고등학교 때인가 며칠 동안 머리를 따고 다닌 일이 있었는데 뒷모습이 참으로 예뻤다. 그 한 컷이 그 애의 전부는 아니었을까?

멀리서 들려오는 딸아이의 폰 목소리는 천상 여자였다. 그 때에 때린 덕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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