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을사늑약이 성립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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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을사늑약이 성립 안되는 이유

  • 승인 2005-02-28 02:33
  • 김삼웅 독립기념관장김삼웅 독립기념관장
국가간에 체결되는 조약(treaty)에는 엄격한 원칙과 기준이 따른다. 대체로 국가간의 조약은 강제성이 없는 당사국의 교섭으로 시작하여 서명. 조인.비준.비준서의 교환 또는 기탁. 등록 등의 절차를 거쳐 효력이 발생한다. 조약의 서명자는 국가의 최고통치권자이거나 그의 위임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 또 최고통치권자의 조인이 있어야 하고 현대 국가들은 국회의 비준을 필수 절차로 한다. 그런데 을사늑약은 이와 같은 기본원칙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첫째 일본제국이 독립국이었던 대한제국의 주권(외교권)을 빼앗아 ‘보호국’으로 삼은 1905년의 ‘을사늑약’은 일본제국의 특파대사로 한국에 온 이토 히로부미가 하세가와 요시미츠 조선주차군사령관과 그의 부관, 헌병사령관을 대동하고 공사 하야시와 함께 일본군이 궁궐을 몇 겹으로 포위한 상태에서 맺어졌다. 일제는 궁궐을 무장 병력으로 포위하고, 회의장 안에까지 무장한 주차군사령관 등 무장 군인이 나타나 공포분위기 속에서 한국 측 대표에는 물론 광무황제에게도 협박이 가해졌다.

둘째 ‘을사늑약’은 외부대신의 관인을 훔쳐 강제로 찍은 것이다. 이토의 지시로 외부대신의 관인을 훔친 사람은 이토의 통역관으로 공사관의 문서관장을 지낸 마에마 교오사쿠(前間恭作)라는 자이다. 그나마 마에마가 훔친 관인을 외부대신 박제순이 찍지 않고 하야시가 조약문에 직접 날인하였다. 훔쳐낸 관인을 마음대로 날인하였으므로 조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위조된 조약’일 뿐이다.

셋째‘을사늑약’을 체결했다는 대한제국 외부대신 박재순과 일본공사 하야시에게는 양국통치권자의 위임절차가 없었다. 한 나라의 외교권을 넘기는 중대한 조약을 체결하는데 있어서 광무황제는 사전에 외부대신을 조약체결의 대표로 위임하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박재순은 황제를 대리하는 대표가 될 수 없었다. 하야시 역시 일왕의 위임장을 받지 않았다.

넷째 ‘을사늑약’에는 조약에 명칭이 붙지 않았다. 모든 조약은 원칙적으로 조약내용을 압축하는 명칭이 붙는다. 그러나 이 늑약에는 강제로 조인되는 과정에서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결국 ‘명칭없는 조약’이 되고 말았다. 국가간의 모든 약정(compact)은 당사국 쌍방의 국어로 각각 2부씩 작성하여 서로 한 벌씩 보관하는 것이 원칙적이다. ‘을사늑약’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다섯째 최고통치권자가 공식적으로 비준을 하지 않았다. 광무황제는 수차례에 걸쳐 “나의 의지와는 달리 일본정부에 강요당하였다”고 조약을 비준하지 않았음을 천명하였다. 오히려 황제는 신뢰하던 미국인 황실고문 헐버트(H B Hulbert )에게 “짐은 총칼의 위협과 강요 아래 양국 사이에서 체결된 이른바 보호조약이 무효임을 선언한다. 짐은 이에 동의한 적도 없고 금후에도 결코 아니할 것이다. 이 뜻은 미국 정부에 통보하기 바란다” 라고 비준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따라서 을사늑약은 당시 국제공법으로 보나 절대군주제 체제에서 최고통치권자인 광무황제의 위임·서명·비준 절차 등을 하나도 갖추지 못한 위작된 ‘괴문서’일 뿐이다. 1965년 체결한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기본관계에 관한 조약’에서도 분명히 하고, 프랑스공법학자·미국의 국제법학회·유엔의 국제법위원회 등의 명시에 준거하여 을사늑약은 ‘이미 무효’와 더불어 ‘원천 무효’인 것이다. 우리는 을사늑약 100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이 ‘위작된 괴문서’의 정체를 밝히면서 무효를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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