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돈 편집부장 |
언제부턴가 민간 고용시장이 불안해 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높은 공무원의 인기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무원은 해마다 계속되는 급여 인상으로 기업체에 비해 적지 않은 월급을 받는다. 그리고 삼팔선(38세가 한계), 사오정(45세가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와 무관하게 정년이 보장된다. 퇴직 후 연금 역시 노후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수준이다.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는 학생들로 도서관이 북적이고 있다. 이들에겐 문과나 이과 등 자신의 전공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또 사설 고시 학원가 역시 공무원으로 이직을 원하는 늦깎이 수험생들로 만원이다. 얼마전 한 여론조사 기관에서 직장인 1612명을 대상으로 전직 희망 직업을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그 결과도 공무원이 7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때 ‘박봉’이란 꼬리표로 그리 각광받지 않았던 공무원이 이렇게 최고의 직업군으로 부상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공직에 많은 젊은이가 응시해 우수한 인재가 공무원이 되는 것은 국가 사회에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요즘같이 너나 할 것 없이 공직에 들어가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물론 장기적인 경기불황에 따라 취업문을 활짝 열어둔 기업체가 적다는 현실을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젊은 인재들이 미래에 대한 진취적인 도전보다 눈앞에 보이는 안정된 생활만 좇는 현실주의적 시각에 젖어 있다는 사실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4년동안 공부한 자신의 전공은 아예 뒷전이며, 심지어 잘 다니던 회사도 어렵지 않게 접을 생각들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세태가 지속된다면 우리사회는 머지않아 ‘인적자원의 배분 왜곡’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사회는 정체되고 국민 각자의 삶은 위축될게 뻔하다.
인생을 너무 조급하게 현실에 맡기지 말자.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자신의 적성과 삶의 설계를 무시한 채 ‘취업이나 하고 보자’는 마구잡이식의 구직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 인생은 짧은 시간동안 모든 것을 성취하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다. 평생을 두고 차근차근 큰 틀의 꿈을 실현해 나가야 하는 기나긴 여정인 것이다. 가을날 새벽 서리를 맞은 사과가 더욱 짙은 향기를 발하고 맛도 있듯 젊었을 때의 시련과 좌절은 인생의 소중한 자산이다. 사회 진출이 다소 늦는다고 해서 인생에 있어 크게 변할 건 없다. 자신의 꿈과 희망을 향해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그 삶은 분명 빛을 보리라 믿는다.
세계 최초로 인간 복제배아로부터 줄기세포를 개발해 21세기 바이오 혁명을 이룩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를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황 교수는 주위의 여러 유혹 속에서도 고집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 오늘날 세계적인 생명공학 분야의 권위자가 된 것이 아닌가. 인생은 마라톤이다. 서두르지 말고 자신이 계획한 삶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자. 늦어도 황소걸음이란 말이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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