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6학년 졸업식이 있었다. 아이들은 뭐가 그리 좋은 지 졸업식 내내 웃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정신이 없었다. 12년 교육경력 중에서 9년을 6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매년 조금씩 졸업식 모습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몇몇 여학생의 흐느낌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고, 지금보다는 졸업식장이 숙연했던 것 같다.
시골 초등학교를 졸업한 나에게는 그 때를 생각하면 요즘의 졸업식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졸업식 노래처럼 교과서를 물려받아 쓰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못하는 친구도 있었다. 지금처럼 시설이 좋은 강당이나 체육관이 없어 칸막이 교실을 뜯어서 꾸민 졸업식장에서 답사를 하는 여학생의 목소리가 젖어들기 시작할 때부터 훌쩍훌쩍해서 답사가 끝날 즈음이면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그런 졸업생들을 보면서, 함께 한 부모님과 선생님께서도 눈물을 닦아내던 모습을 보는 일은 졸업식의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와 떨어지는 것을 겪기에 진학을 못하는 친구, 멀리 떨어져 있는 읍내 중학교로 서로 나뉘게 된 친구들, 졸업을 하면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막연한 슬픔에 친구도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지 않았나 싶다.
2월은 유치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졸업식이 있는 달이기에 졸업식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서 자주 접하게 된다. 뜻 깊고 특색있는 졸업식을 소개하는 기사가 있는 반면 교복 찢기나 밀가루와 계란으로 얼룩진 졸업식과, 학생이 참석을 하지 않아 졸업식장에 빈자리가 많다는 우려 섞인 기사도 있다.
흔히 자유분방하고 격식을 싫어하는 나라로 생각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오히려 졸업식을 중요한 의식으로 생각하여 엄숙하게 치른다고 한다. 어른들은 다른 아이가 상을 타든 말든 자기 아이 사진을 찍어 주느라 정신 없고, 졸업식 주인공인 아이들마저 떠들고 딴 짓을 하는 우리의 졸업식을 볼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정해진 교육과정을 잘 마친 졸업생을 축하해 주는 동시에 그 동안 가르쳐주시고 보살펴주셨던 선생님, 부모님께 감사를 전하는 의미있는 졸업식이 되었으면 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야 처음 맛본 자장면이 달콤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무슨 날이 아니어도 자장면을 쉽게 먹는 우리 아이들은 훗날 무엇을 추억하며 졸업을 떠올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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