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초대석]한류(韓流) 열풍과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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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한류(韓流) 열풍과 자유

  • 승인 2005-02-22 06:30
  • 장수찬 목원대 교수장수찬 목원대 교수
한류(韓流) 열풍이 동아시아를 휩쓸고 있다. ‘겨울연가’로 불붙은 ‘욘사마 열풍’이 일본열도를 뜨겁게 달구기 시작하더니, ‘대장금’의 장금이가 홍콩인들로 하여금 궁중요리에 들뜨게 만들었다. 그 뿐인가 대만에서는 하리수가 뜨고, 필리핀에서는 ‘파리의 연인’이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한류 열풍의 덕분에 적자를 면치 못하던 관광수입이 지난해 말에는 6년 반만에 증가세로 반전하는 역사를 이루기도 하였다.

한류 열풍이 일어나게 된 원인은 무엇인가? 한류 열풍의 도화선은 드라마였다. 열풍의 중심에는 배용준과 같은 스타들이 존재하지만 스타들이 열풍의 진원지는 아니다. 진원지는 한국 드라마이다. 한국은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가 36편이 넘는 ‘드라마 천국’이다. ‘드라마 천국’에서 수출된 드라마가 외지에서 인기를 누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한국 TV 채널들은 70년대, 80년대와 90년대에도 드라마들로 채워져 있었으나 지금처럼 동아시아인들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 한국의 영화, 드라마, 그리고 팝뮤직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사회는 현재 대중예술의 르네상스기를 맞고 있다. 한류 열풍은 기본적으로 르네상스의 수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고전문화든 대중문화든 문예부흥이란 사회정치적 배경의 변화 없이는 찾아오지 않는다. 특히 ‘자유와 경쟁’이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정치적 환경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우선적으로 1987년의 민주화 이행을 통한 개인 자유권(liberty)의 확대가 문예부흥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권위주의 시대에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던 드라마 소재가 확대되었고, 표현의 자유가 작가와 연출가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했다.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에 따르면 한국이 동아시아국가들 중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자유지수(freedom rating)가 가장 높다.

르네상스에 필요한 또 다른 요소인 ‘경쟁’환경은 어떻게 조성되었는가? 1997년 ‘IMF 위기’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생산과 유통에 상당한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한국 재벌들로 하여금 손을 떼게 만들었다. 구조조정 압력을 받고 있던 재벌들은 이익도 많이 남지 않는 영화산업을 구태여 껴안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생산과 배급과정에서 담합을 일삼았던 재벌들이 물러가자 모험정신을 가진 중소 영화 사업자들 사이에 무한 경쟁시대가 도래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한류열풍은 대중문화 르네상스의 대외적 표출이다. 그리고 르네상스는 ‘자유와 경쟁’이라는 가치를 중요시하는 사회정치적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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