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브 갓 메일’에 나오는 뉴욕의 명물 ‘길모퉁이 서점’은 수십년째 이어져 내려온 아동 전문 서점이었지만, 어느 날 길 건너편에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이 들어서면서 이 서점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사연을 전해들은 뉴욕 시민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 ‘대형 서점 때문에 고사 위기에 처한 길모퉁이 서점을 살리자’고 외친다.
그러나 결국 ‘길모퉁이 서점’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문을 닫고 만다. 이는 세계화에 맞서 싸우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다.
뉴욕의 영화 속 이야기는 대전에서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형 유통점이나 기업형 편의점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동네 어귀의 정겨운 동네슈퍼와 재래시장 점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
다행히 정부는 올해 최대 국정 목표를 재래시장 및 소규모 자영업의 활성화에 두겠다고 발표하여 반가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나서 재래시장 등의 활성화에 나서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기에는 우리 지역의 현실이 너무나 암울하다. 지자체의 적극적 관심과 상인들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은 필히 수반돼야 한다. 그 동안 소비자가 외면한 이유를 파악하고 시정하지 못한다면 대전의 재래시장 경제는 지금보다도 힘든 위기에 처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상인들만의 잘못으로 인해 우리의 재래시장과 동네슈퍼가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말 할 수 있을까? 그간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 관행으로 인해 ‘대형유통점’이 어느 순간부터 ‘대형할인점’으로 불리게 됐고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할인점이 쇼핑 환경마저 우수하다고 판단해 그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간 우리 대전경실련 동네경제살리기추진협의회는 물가조사를 통해 그들의 제품가격이 동네슈퍼나 재래시장에 비해 저렴하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같은 품질의 물건을 싸게 파는 곳이 할인점인가? 비싸게 파는 곳이 할인점인가? 관행적으로 사용되어온 용어가 엄청난 광고 효과를 가져오게 한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올바른 용어 사용으로 특정 집단에 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우리는 소비자의 옳은 선택을 위해 대형 유통점들의 소비자 현혹을 고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광고지에 많은 제품이 저렴한 가격에 소개되지만 과연 그곳을 방문해 광고지의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얼마나 되는가? 소량의 제품을 미끼로 던지고 아니면 재래시장이나 동네 슈퍼와 가격을 비교 할 수 없는 OEM제품으로 소비자의 비교 선택권을 박탈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 아닌가?
자유경쟁이란 구호로 무장하고 시민의 생존권마저 빼앗아 버리는 대형 유통자본에 대한 시민적인 저항과 사회적 통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재래시장과 동네슈퍼에 대한 시민의 사랑과 관심이 지역의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바로 재래시장과 동네슈퍼를 찾아보는 공동체적 시민의식을 기대해 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