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기존의 것을 고치고, 버리고, 새롭게 하여 보다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개념을 정의할 수 있다. 즉 시대 흐름에 맞추어 법과 제도를 고치고, 낡은 관행을 떨쳐 버리고 나아가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문화까지 개조함으로써 사회전반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를 되돌아 볼 때 개혁과 혁신이 성공을 거두면 진일보한 문화를 꽃피웠지만 실패했을 경우에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고려 말 귀족사회의 폐해를 혁파하고, 제도화된 조선 유교사회를 개창한 정도전 등 조선 초기 성리학자들의 개혁과 중화사상에 물든 한학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글을 창제 보급한 세종대왕의 혁신 성공 사례가 있다. 이 시기 조선의 사회 발전상은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었다.
반면에 조선 중종 때 정암 조광조는 도학 정치를 표방하며 신진사림의 등용문인 현량과 설치 등 급진적인 국가개혁을 시도하였으나 훈구파의 반발에 의해 뜻을 펴보지도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정암의 도학정치가 실천에 옮겨졌더라면 조정은 쇄신되어 당파싸움이나 70여년 뒤의 임진왜란은 격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키워드가 ‘변화와 혁신’이다. 이에 따라 정부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걸쳐 혁신의 물결이 일고 있다. 정부는 권위의 틀을 벗고 국민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대응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으며, 기업과 대학도 눈을 세계로 돌려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방차원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통한 지역의 새로운 활력을 찾고자 애쓰고 있다.
그러나 혁신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수반하게 된다. ‘신행정수도 건설’의 예에서 보듯이 지금 우리사회 곳곳에서 개혁과 혁신에 대하여 만만치 않은 저항이 표출되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혼돈 상태라고 하지만, 필자는 전환기에 치러야 할 홍역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혁신은 간단히 성취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기 보다는 정당한 명분을 가지고 주민의 욕구와 편의를 살펴 우선순위를 설정한 다음 사회적 낭비요인을 하나하나 제거하는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시에 모든 것을 혁신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혁신추진 과정은 선택과 집중의 논리에 따라 핵심과제부터 실천에 옮기는 질서가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주민 참여 없는 혁신은 목적과 방향을 상실한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따라서 주민참여는 혁신과정에서 제1의 충분조건이라고 하겠다. 이런 바탕위에서 삶의 방식을 개조하는 혁신활동을 담론이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정과 실천 그리고 주민의 공감과 참여가 바로 혁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요체라고 하겠다.
자전거 페달 구르기를 멈추면 자전거는 곧 넘어지고 또 그렇다고 무작정 페달만 밟으면 방향을 잃거나 충돌하기 십상이다. 공직자들이 ‘혁신’ 페달을 열심히 밟으며 앞으로 나갈 때, 혁신의 방향을 제대로 찾아 나가는지를 관심 있게 주목하고 이끌어 주는 것은 바로 주민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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