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미안합니다, 그러나 사랑합니다

김영호 공무원

김영호 공무원 (충남도의회 사무처) 대전시 중구 문화동


“우리나라 공단의 공장엔 일하는 한국사람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제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보내주시면 좋겠습니다. 불법외국인도 상관없습니다.”

불법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게 되면 많은 벌금을 물어야함에도 일단은 공장은 돌려야 한다면서 불법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해 함께 일하고 있는 어느 소규모 중소기업 사장의 말이다.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나라 공단의 외국인근로자들이 일하는 곳에는 3D업종이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닌다.

이들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근로환경은 물론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혹사를 당하고 있다. 대전 대화동에 있는 A회사의 경우, 24시간 일을 하는건 다반사고 36시간이라는 장시간 일을 한 적도 있다는 말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서 쉽게 들을 수 있다. 장시간 일을 하다보면 실수가 나오고 그 실수가 바로 재해로 이어지는 것이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특히 이들은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계속해서 마시다보니 자연 속이 쓰리다고 호소하는 일이 다반사다.

논산시 부적면 B회사의 경우 관련 기관을 통하지 않고 회사에서 직접 데리고온 해외투자 외국인근로자중 한명이 일을 하다가 한쪽 팔을 심하게 다쳐 병원에서 응급 수술후 3개월 진단을 내린 적이있다. 하지만 그는 10일 동안만 입원하고 강제퇴원조치돼 회사내 숙소에서 지내면서 통원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관계기관에 긴급 민원요청을 해 방문, 시정토록 권고했으나 치료도 다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이들을 본국으로 강제 귀국시킨 사례가 있다. 이들이 이렇게 일하고도 한달에 받는 보수는 140달러(17만원)정도에 불과하다.

며칠전엔 경기도 화성군 D업체에서 일하던 태국여성근로자 8명의 불법외국인근로자들이 하루에 15시간씩 아무런 보호 장비없이 유해물질인 노말헥산으로 인한 하반신 마비증세인 다발성 신경장애(앉은뱅이) 발병으로 심각한 신체장애를 입고 있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바 있다.

특히 외국인여성근로자들에게는 또 다른 성폭력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말이 통하지 않고, 불법이라는 이유로 성폭력 당하고도 호소할 수 없는 이들이 받는 상처는 당한 자만 손해를 보는 현실이라고 쉽게 외면하기엔 너무나 서글픈 현실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지공장에서 외국인노동자들은 말이 제대로 통하지 않아 손짓, 발짓으로 몇 차례 시범을 보여주면서 작업에 임하는 실정이다보니 현실적으로 안전교육까지 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외국인근로자들의 산재건수가 2003년 2666명, 2004년 상반기 1308명이라고 노동부에서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외국인노동자들에 미치는 산업재해와 직업병은 항상 대기조로 이들의 숨통을 조이는 것 같아 정말 안타깝게 느껴진다.

어쩌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비용과 효율성만 따지다보면 인권이 희생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우리는 외국인근로자들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