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꿈꾸게 하라 진정한 자유를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독자칼럼]꿈꾸게 하라 진정한 자유를

  • 승인 2005-02-19 00:47
  • 김수우 주부. 시인 대전시 노은동김수우 주부. 시인 대전시 노은동
▲ 김수우 시인
▲ 김수우 시인
이맘때면 졸업과 입학의 꽃다발이 환하게 피어난다. 설렘으로 술렁이는 꽃다발들은 이내 봄기운으로 번져간다. 일상은 새로운 길목으로 넘쳐나고, 푸른 대문들이 활짝활짝 열리는 듯하다.

또 하나의 새 계단을 딛는 아이들과, 아니 그의 부모들과 함께 기억하고 싶은 게 있다. 자유이다. 그 자유를 꿈꾸는 방식이다.

새 출발을 앞둔 아이들은 봄빛 그 자체이며 희망 그 자체, 미래 그 자체이다. 또한 자유와 도전 그 자체이다. 그 생명의 내부에서 뻗치는 빛은 강렬하다. 그러나 푸른 반짝임은 이내 불투명해진다. 아이들은 곧 학교의 일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 시험과 시험 사이에 갇힐 것이며, 모든 여유를 학원문 앞에서 서성거리게 될 것이다.

인류가 추구하고 지켜온 아름다운 단어, 자유. 그건 우리를 펄럭이게 하는 깃발이 아니던가. 자유는 자연적이고 본질적이며, 강인한 만큼 위태롭기도 하다. 그것이 인류의 역사이고, 개인의 역사가 아니던가. 그 자유의지를 잃은 학생들을 보는 것만큼 슬픈 현실은 없다. 꽃다발을 든 저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눈빛을 성적의 노예로 만들고 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아이들을 판단하지 말자. 아이들에게 선택하게 하자.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가르치자.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보여주자. 그래야만 우리 사회에 진정한 미래가 오지 않겠는가. 자신의 자유와 영원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먹고살기 위해 공부하는 삶에, 그 사회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인간은 자기다울 때 가장 행복하다.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과 투쟁하게 하고, 꿈의 세계를 일구게 하자. 스스로 확신하는 법을 체득하게 하고, 거기서 다시 자신을 창조해내는 기쁨을 알게 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부모의 숙제가 아닐까. 아이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긍정을 빨리 배우게 되리라.

가장 자기다운 가치를 얻기 위해선 자신의 일을 자신이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에겐 두 손과 두 발이 있다. 스스로 말미암는다는 것. 스스로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훈련, 그 과정이 자기를 자기답게 완성하는 방식이 된다.

방을 대신 청소해주고 교복을 다려주면서 시험지와 문제집 속으로만 밀어 넣으면 아이는 무엇을 익히게 될까. 경쟁과 복종뿐. 오로지 길들여질 뿐이다. 그 눈부신 아이들을 나약한 소시민으로 키우고 말 것인가. 사회적 구조를 탓하기엔 아이들은 너무 찬란하고 소중한 보석이 아닌가.

아이를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가슴 한쪽이 저리더라도, 오늘부터 이불을 개어주지 말고, 제 교복 제가 다리게 해야하지 않을까. 제 이불을 갤 줄 모르는 아이는 그 어떤 성적을 획득하더라도 미래를 꾸려나갈 수 없다. 진정한 자유는 스스로의 오랜 훈련이 필요하다. 자유는 앎을 실천하는 삶에서 나오며, 자율적인 인간만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 용감한 부모가 되면 어떨까. 혈연에 기댄 관계가 아닌 인격적 존경을 받는 부모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그 존엄한 관계는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눈부신 꽃다발을 보면서 간절해지는 기원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