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선택이었다면 오늘날 여가는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제 사람들은 더 일하고 더 버는 것보다 덜 일하고 여가를 즐기고 싶어 한다. 여가를 즐기는 방식 또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한 휴식이나 먹을거리 탐방 등 생리적 차원의 여가 욕구 외에 교양 있고 격조 높은 여가, 지적인 여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하는 것이 바로 미술관이다. 적은 비용으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여가를 즐기기에 미술관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술관 관람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왕이나 귀족의 대저택을 장식하던 미술품들이 보통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8세기 시민혁명을 치르고 나서부터다. 유럽은 18세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사회적 변혁을 경험하였다. 근대시민사회의 형성과 함께 등장한 공공 박물관은 특정 계층이 독점하고 있었던 예술의 향유라는 특권을 새로이 부상한 부르주아 계층과 일반 대중에게 전이시켰다. 이미지의 민주화, 대중의 문화 소유와 감상에 대한 자유를 실현하는 곳으로 탈바꿈하면서 저 높은 곳에 있던 미술은 일반인들의 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미술관은 ‘지식의 보고’이면서 대중에게 과거와 타인, 환경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제시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원화됨에 따라 전통적?획일적??학교 교육만으로는 개인의 특성이나 잠재력을 계발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미술관의 교육적 기능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관은 우리의 문화 예술에 대한 향수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교육적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술관은 일반인들이 선뜻 다가갈 수 없는 그 어떤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메리맨(Merriman)은 관람 경험이 축적될수록 관람객이 인식하는 미술관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고 하였다. 쉽게 말해 자주 미술관에 오고 경험할수록 미술관을 좋아하게 된다는 뜻이다. 미술관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친해질까를 생각하여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의 전환을 이루어 내어야한다.
사물(object)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people)이 중심이 되는 미술관이 될 때 비로소 사람들은 미술관의 외형이 아닌 미술관의 내부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서비스와 교육, 전시,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은 그 자리를 채우는 건물로서가 아니라 격조 높은 여가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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