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춘추]미술관서 격조높은 여가 보내기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중도춘추]미술관서 격조높은 여가 보내기

  • 승인 2005-02-18 00:00
  • 이지호 대전시립미술관장이지호 대전시립미술관장
여가를 어떻게 보낼까하는 고민은 이제 특별한 사람들만이 갖는 것이 아니다. 주5일제 근무가 본격화되고 근로시간이 줄어들면서 우선 양적 측면에서 여가의 절대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여가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면서 삶의 중요한 패턴 가운데 하나로 여가가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선택이었다면 오늘날 여가는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이제 사람들은 더 일하고 더 버는 것보다 덜 일하고 여가를 즐기고 싶어 한다. 여가를 즐기는 방식 또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한 휴식이나 먹을거리 탐방 등 생리적 차원의 여가 욕구 외에 교양 있고 격조 높은 여가, 지적인 여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하는 것이 바로 미술관이다. 적은 비용으로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며 여가를 즐기기에 미술관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술관 관람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왕이나 귀족의 대저택을 장식하던 미술품들이 보통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8세기 시민혁명을 치르고 나서부터다. 유럽은 18세기부터 20세기 전반까지 사회적 변혁을 경험하였다. 근대시민사회의 형성과 함께 등장한 공공 박물관은 특정 계층이 독점하고 있었던 예술의 향유라는 특권을 새로이 부상한 부르주아 계층과 일반 대중에게 전이시켰다. 이미지의 민주화, 대중의 문화 소유와 감상에 대한 자유를 실현하는 곳으로 탈바꿈하면서 저 높은 곳에 있던 미술은 일반인들의 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미술관은 ‘지식의 보고’이면서 대중에게 과거와 타인, 환경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제시자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다원화됨에 따라 전통적?획일적??학교 교육만으로는 개인의 특성이나 잠재력을 계발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따라서 미술관의 교육적 기능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관은 우리의 문화 예술에 대한 향수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교육적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술관은 일반인들이 선뜻 다가갈 수 없는 그 어떤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메리맨(Merriman)은 관람 경험이 축적될수록 관람객이 인식하는 미술관에 대한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한다고 하였다. 쉽게 말해 자주 미술관에 오고 경험할수록 미술관을 좋아하게 된다는 뜻이다. 미술관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과 친해질까를 생각하여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의 전환을 이루어 내어야한다.

사물(object)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people)이 중심이 되는 미술관이 될 때 비로소 사람들은 미술관의 외형이 아닌 미술관의 내부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서비스와 교육, 전시, 그리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은 그 자리를 채우는 건물로서가 아니라 격조 높은 여가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 할 것이라고 믿는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