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이나 개인 홈페이지에 실린 졸업식 사진들은 한결 같이 꽃다발을 들고 친지나 부모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 들이 대부분이다. 학교 다니는 동안 가르쳐준 선생님과 졸업식장에서 찍은 사진은 그야말로 흔치 않다. 바쁜 시간에 서로 만나기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생님이나 졸업생이나 조금씩만 성의를 보인다면 평생 추억이 될 사진 한 장 정도는 남길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대학에 근무해서 그런지 대학 졸업식장 풍경에 대하여 매우 불만이 많은 편이다. 교정에 가득 찬 학사복 차림의 졸업생과 친지 가족들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사이 총장의 졸업식 축사가 방송을 타고 흘러나오고 졸업식장에는 수상자를 포함한 일부의 졸업생만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 잘못 가르쳤구나 하는 자괴감을 감출수가 없다. 그보다 더한 무의미와 무질서를 다른 어느 곳에서 볼 수 있을까 하는 정도이다. 학생만의 잘못도 아니며 교수의 잘못 또한 아니지만, 어떻게 해야 의미 있고 멋있는 대학졸업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많은 대학에서 몇 천 명이 졸업을 해도 졸업생 모두가 한 명 한 명 단위에 올라가 학위증을 수여 받고 총장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축하를 받는 졸업식을 보면 그야말로 졸업생 모두가 참여하는 의미 있는 졸업식이며 일생을 두고 기억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선다. 졸업한 후에도 애교심이 저절로 생겨날 것 같은 느낌이다. 학교 측에서도 그날만은 4년간 가르쳐 배출하는 졸업생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한편, 졸업생의 입장에서는 취업도 되지 않아 침울한 판에 의미는 무슨 의미를 찾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해를 못 하는 바 아니지만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한 과정 과정을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대학 졸업식은 젊음, 자유 그리고 열정의 황금기를 보낸 4년을 정리하는 의미 있는 자리일진대, 비록 현재 취직을 못했다 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졸업식에 당당히 참여하고 열심히 노력하면 곧 좋은 소식이 있지 않겠는가. 취직을 못한 학생은 부모님조차도 참여하기를 주저한다는데, 우리 부모님들 어려운 시기에 졸업하는 우리들의 자녀들에게 인생의 의미와 살아가면서 순간 순간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대학측에서는 졸업생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졸업식 준비가 필요하다. 단순히 누구누구 외 몇 명 일동 경례 식의 졸업식이 아니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들도 그날만은 같이 참석하여 제자들의 졸업을 축하해 주며 격려해준다면 커다란 힘을 얻고 사회로 진출할 것이다.
필자가 있는 대학에서도 졸업식 문화를 바꾸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직은 어색하지만 어느 때부터인가 이상한 풍속으로 변한 대학졸업식장이 제 모습을 갖추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요즈음 유행하는 말로 혁신대상의 제1호가 대학졸업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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