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규 편집국 부국장 |
헌법재판소가 ‘서울이 수도이다’라는 관습헌법을 이유로 신행정수도 특별법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판결의 의미가 어디에 있든 신행정수도의 건설은 주문 하나로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돼 버렸다. 자연히 역사의 주체가 돼 보자던 충청인의 장밋빛 꿈도 접어야 했다. 대신 충청권에 일었던 울분과 상처는 극에 달했고 그 어떤 처방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신행정수도에서 눈길을 거둘수 없는 것은 왜일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이라는 이름의 활화산으로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규모면에서 당초 안보다 축소될 수 밖에 없지만 충청권이 후속대책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어떻게 마련되느냐는 국가백년대계를 담보할 뿐만아니라 충청인의 자긍심을 뒤찾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피눈물나는 노력도 있었지만 다행인 것은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여야 정치권을 진단해 보면 영 딴판이다.
현미경에 가늠된 정치권 움직임은 국가의 백년대계는 간데 없고 아직도 표 계산속에 당리당략에 눈멀어 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그나마 신행정수도를 담보할 수 있는 행정특별시안에서 물러나 공주·연기지역에 16부 4처 3청을 이전하고 오는 2007년부터 건설공사를 시작한다는 행정도시안이 고작이다.
여기에 야당인 한나라당은 한술 더 떠 교육, 과기부 등 7부처 17개 기관의 이전을 기본안으로 삼아 인구 30만 ~50만 자족기능을 갖춘 다기능 복합도시안을 흘리면서 착공시기도 2007년 대선일정을 고려해 2008년 이후를 검토중이다.
하지만 이 대안들을 들여다 보면 왜 신행정수도를 건설해야 하는지 고심한 흔적이 없다. 정치적 흥정거리만 난무할 뿐이다. 행정특별시도 아니고 한발 물러나 행정중심도시로 격하시킨 여당안은 정치적 협상카드를 위한 대안마련에 너무 집착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축소 왜곡된 행정중심도시로 이미 국가발전의 장애물로 등장한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어떻게 해소하고 국토균형발전을 도모할지 걱정이 앞선다. 수권정당임을 자처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더욱 한심스럽다.
대의 보다는 표를 의식한 정권쟁취에만 매몰돼 대안제시보다는 위헌시비만 연일 거론중이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외교, 국방부만 빼고 다 옮긴다면 수도이전과 무엇이 다르냐며 또 다시 위헌논란을 제기하고 있을 뿐이다. 이쯤되면 1년여 전으로 되돌아가 신행정수도 특별법 논란때와 별반다르지 않다.
정치권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채 국론분열만 부추기고 있어 안타깝다. 더구나 입법기관인 국회에서의 후속대책안에 대한 위헌논란은 직무유기에 가깝다.이미 한나라당이 제정했던 신행정수도 특별법이 헌소에 의해 위헌판결이 나면서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와 상처를 받았는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상실은 그렇다 쳐도 입법기관의 자기부정은 씻을 수 없는 과오였다.
그럼에도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안을 놓고 또다시 위헌을 운운하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나 다름없다. 입법기관의 수준이 그 정도라면 부끄럽더라도 사전에 수도이전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와 근거를 헌법재판소에 되물어라. 그 길만이 위헌 가능성 여부에 매달려 소모적인 정쟁으로 생산된 국론분열을 최소화하는 첩경이다.
현재 논란으로 봐선 우여곡절속에 신행정수도 후속대책과 관련법이 제정된다 하더라도 또 다시 위헌소송은 배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대사를 놓고 한 번도 아니고 되풀이 되는 시행착오는 급변하는 세계조류를 볼때 시간과 국력의 낭비다. 충청권과 충청인들은 두 번 속지 않으며 치유불능의 상처는 한번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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