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행정구역개편 섣부른 추진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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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행정구역개편 섣부른 추진 안돼

  • 승인 2005-02-15 00:00
  • 육동일 충남대 교수육동일 충남대 교수
행정계층구조와 행정구역 개편은 일선행정체계의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한 국가문제이며, 향후 지방자치의 발전은 물론 지역사회의 재구조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고 현명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행정계층과 자치구역의 변화는 지방자치단체의 기능과 규모, 지방의회의 구성과 역할, 지역개발과 균형발전, 주민참여의 기회와 수준, 심지어 도청이전 등 해당지역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이슈이기 때문에 행정계층구조와 구역의 개편에는 해당지역 주민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진통이 따르게 된다.

광역자치단체인 시·도를 없애서 자치 일계층으로 하고, 시·군 구역의 범위를 시군간의 통합을 통해 현행보다 확대하고 산하에 행정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에는 장·단점이 있다. 장점으로는 지역감정 해소, 자치단체의 재정확충 효과와 지방행정비용의 절감 및 도 단위 선거비용의 절감이 예상된다. 반면에 시·도 폐지에 따른 지역주민의 정서적 허탈감과 반발, 전면적 구역개편에 따른 정치적, 행정적 부담 그리고 도 단위 정치인, 공무원, 사회단체장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1994년 이후 추진된 전국 45개 시???통합 효과 분석에 따르면, 기대했던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도시지역민의 질적 수요와는 달리 농촌주민은 주택, 도로, 상하수도 등 물적 환경개선과 소득증대 등 양적 향상을 추구하고 있어 협력적 보완기능이 아닌 대립관계도 종종 나타난 바 있다. 또한 기대와는 달리 공간의 접근성 증대가 도시지역의 소비문화와 편익문화를 수용하게 되어 지출상승을 가속화시킴으로써 농촌지역경제의 약화나 농민유출현상을 낳기도 하고, 상대적 박탈감도 증폭시켰다.

따라서 행정구역개편에는 다음과 같은 전제들이 먼저 밀도 있게 논의되어야 한다. 첫째, 행정구역개편은 향후의 남북통일에 대비해서 검토되어야 한다. 독일의 통일에서도 그랬듯이, 남북한 양측의 지방행정기관간의 공조나 협력이 점진적인 통일과정에서 매우 중요해 질 것이기 때문에 남북한 지역에서 원칙적으로 통일된 형태의 지방행정체제가 구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행정구역개편을 정치쟁점화하고 이를 당리당략 혹은 지역이기주의로 활용하려는 정치인들의 의도는 불식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행정수요자인 주민들의 의견이 통합논의에 제대로 반영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즉, 영국의 지방자치의원회나 일본의 지방제도조사회 같은 정치 중립적인 독립상설기관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지방행정계층과 구역개편에 대한 논의를 제도화하고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단기적이고 즉흥적으로 처리되는 것을 방지하고, 나아가 통합의 장기적 일정을 제시함으로써 주민과 공무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예측가능성을 갖게 해줄 필요가 있다.

셋째, 행정구역개편은 행정구역과 실제생활단위를 연계시키는 차원에서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전통이 깨지고 주민간의 갈등과 반목이 일어난다면 통합자체도 불가능해지고 또 통합이 차리리 안 되느니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요컨대 앞서의 선결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구역개편이 섣불리 추진되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이번에 갑자기 추진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의 행정계층구조와 행정구역개편 문제는 정부혁신과 지방분권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개혁과제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추진 로드맵에서 당연히 포함되었어야 할 주요 국정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정치권에 의해 그 방안이 검토된다는 것은 큰 기대와 함께 심도있는 분석과 연구 그리고 철저한 준비 없이 추진될 경우 나타날 지역의 혼란과 갈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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