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서 세계는 IT(정보기술)를 중심으로 한 기술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날이 갈수록 기술혁명의 속도가 가속화되어 지난 수천 년 동안 개발되고 축적되어 왔던 기술을 능가할 만한 신기술이 불과 수년 내에 개발되어 실용화되고 글로벌화 되는 무한기술경쟁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조선 후기에 일어난 실사구시의 학문을 이단시하고 산업기술을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후진국으로 전락했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기술도 빈약하고 자본도 거의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의욕적으로 경제발전에 매진하여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돌파하고 이제 선진국의 문턱에 까지 와있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할 것인지 아니면 선진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속 중진국으로 남아있을 것인지의 여부는 오로지 기술로서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을 위한 활발한 투자와 특허등록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기술발전의 편중과 원천기술의 약세 등으로 인하여 해외기술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최근 발표한 국내 반도체장비시장 전망보고서에서 금년도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21.8%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식각장비, 증착장비, 세정장비 등 반도체를 만드는 전(前)공정에 투입되는 설비는 고단위 기술력을 필요로 하므로 국내 반도체 장비업계의 생산품목은 주로 후(後)공정에 치우치는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기술력의 대외의존도가 높다보니 자연적으로 로열티부문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특허권 등 기술사용료로 44억 5000천만 달러를 지불한 반면 수입은 17억 9000만 달러로 26억 6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부품 및 소재의 대외 수입의존도가 높아 수출이 증가하여도 고용창출과 연계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21세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모방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해야만 한다. 각국은 기술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관련기업과 대학, 연구소 및 지원서비스기관들을 모아 네크워킹에 의한 시너지를 발휘하여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대덕연구단지를 R&D(연구개발)특구로 지정하여 우리나라 차세대 성장 동력을 개발하려는 결정은 시대적으로 당연한 귀결이다.
우리는 대덕연구단지가 그동안 축적해 온 연구역량을 고도화하고 성과물을 상업화 및 글로벌화시켜 대덕R&D특구를 세계적 수준의 연구개발 주도형 혁신클러스터로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기술혁신과 함께 원천기술 개발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나치게 응용연구와 기술의 상용화에 주력하다가 혁신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일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기술경쟁력은 원천기술에서 나오지 결코 응용기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정된 R&D특구가 우리나라를 기술 강국으로 이끄는 초석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역량을 집중시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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