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 ‘그곳’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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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 ‘그곳’을 가다

  • 승인 2005-02-15 00:00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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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 속 ‘창경원’ 김동리 ‘밀다원시대’등
김정동 목원대 교수 작품속 근대건축물 소개

“창경원 문 앞에 들어서자 울창한 나무 숲 사이로 밴드 소리가 유랑하게 흘러나온다. 유서 깊은 옛 궁터에서 새 시대의 음악을 듣는 맛이란 별다른 아취가 있었다. …(수정궁) 홀 안의 광경은 눈이 부시도록 호화찬란하였다. 넓디넓은 홀을 휘황찬란하게 비쳐주고 있는 샹들리에 밑에서는, 육십여명의 남녀들이 아름다운 고기 떼처럼 춤을 추며 돌아가고 있었다.” -‘자유부인’ 중에서





자유부인이 춤을 추던 창경원 내 수정궁은 지난 1984년 창경궁 복원사업으로 헐려 흔적조차 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 곳은 소설속의 주 무대.

2001년 ‘문학 속 우리 도시 기행’을 이야기한 김정동 목원대 교수가 3년 만에 미처 못다 한 우리 문학과 건축 그리고 도시 이야기를 다시 내놨다.

건축이라는 자연학과 소설이라는 인문학의 경계 넘기를 흔쾌히 시도한 김정동 교수는 우리 도시·건축에서 역사를 담고 있는 현장을 ‘장소성’이라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근대사 100여 년 동안의 단·장편소설, 시 등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뒤를 좇아 도시 건축을 말하고 있다.

현재 파리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김 교수의 11번째 저서인 이 책은 우리 근대 도시와 건축 공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힘과 아울러, 문학 작품을 통해 다시금 건축이 지닌 문화적 코드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저자는 이인직의 신소설 ‘귀의 성’, 한설야의 ‘과도기’, 조명희의 ‘낙동강’, 이태준의 ‘복덕방’, 김남천의 ‘경영’과 ‘맥’에 이어 광복 후 김동리의 ‘밀다원시대’, 까지 우리 근·현대 100년간의 작품 속 ‘문학 동선’을 좇고 있다.

특히 이 책은 120여장의 근대건축물 사진을 함께 수록해 책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현재 목원대 교수로 재직중인 김정동 교수는 문화재 전문위원이자 한국건축가협회 역사분과위원장, 한국건축역사학회 창립이사, 역사경관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공동대표이다.
김정동 저. 푸른역사. 327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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