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얘기를 꺼낸 것은 영화의 주인공처럼 달리기는 나에게도 중요한 삶의 활력소이자 행복감을 안겨주는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건강에 자신 있는 나에게 사람들은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리지 않고 잘 먹는 식성과 달리기를 비결이라고 말해주고 있다. 특히 달리기는 지인들이 나를 마니아라 여길 정도가 되었다.
오랫동안 새벽운동을 해왔지만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시장으로 취임하고 나서다. 시장의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 달리기다. 이제, 달리기는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튼튼한 몸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나의 하루 일과는 보통 새벽 4시30분이면 시작된다. 먼저 신문을 보며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하고, 새벽의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그날그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뒤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갖고 나면 한밭운동장에 나가 시민들과 어울려 뛰기 시작한다.
처음엔 집 근처 헬스클럽을 이용하기도 했지만 상쾌한 새벽공기를 가르며 트랙을 뛰면서 진정한 달리기의 묘미를 맛보고 난 후부터는 거의 매일 한밭운동장에 나간다. 그래서 출장이나 조찬회의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가 오는 날에도, 영하 10도까지 떨어지는 한겨울에도 뛰는 것을 거르지 않는다. 45분 정도 운동장을 뛰고 나면 숨도 가쁘고, 몸은 흐른 땀으로 젖는다.
그러나 더운 날, 추운 날 모두 그 나름대로 특유의 상쾌함을 맛 볼 수 있다. 아마도 고된 과정을 통해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낄 수 있는 기분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다. 4Km로 시작하여 최근에는 7.5Km를 뛰는데 어떤 지인들은 무리하지 말라고 하지만 좀더 늘려갈 수 있을 것 같다.
달리기의 효과는 크다. 달리기는 체중조절, 심폐기능 강화, 장기능 활성화 등을 통해 바쁜 시정 업무와 일정을 소화하는 데 필요한 튼튼한 몸을 유지시켜 준다. 또한 정신적인 건강을 가꾸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시정을 이끌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데, 매일 아침 달리기를 통해 땀을 흘리고, 목표한 거리를 완주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행복감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정신을 맑고 건강하게 해주고 활력소를 불어넣어 준다.
뿐만 아니라 달리기를 통해 인내와 끈기의 교훈을 얻는다. 마라톤에서 처음부터 무리해 빨리 뛰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중간에 낙오하기 마련이다. 거리와 자신의 상태를 고려하여 적절히 페이스를 조절해야 완주할 수 있는 운동이 달리기다. 우리 인생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서두르고 무리하기보다는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자신의 입장과 처지에서 최선을 다할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머지않아 새봄이다. 달리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시민들께 달리기를 권하고 싶다.
“달리기를 시작한 것은 평생 좋은 친구 하나를 얻은 것과 같다”는 어느 마라토너의 말에 공감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고 “마라톤”을 “말아톤”이라고 쓸 수밖에 없는 자폐 청년이 달리기를 통해 우리에게 교훈과 감동을 주었듯 달리기는 사람 자신에게 도움과 교훈을 주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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