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비리, 대통령의 경솔함, 북핵문제, 이라크 파병이 정의로운 것이냐 국익이냐에 이르기까지 앉은 자리에서 열변을 토하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사소한 이야기’ 이를테면 미국의 대통령선거, 한국의 교육정책 등을 화제로 올리는 통이 좁은 남자들도 더러 있기는 하다. 그러다 보니 쩨쩨한 일들, 이를테면 가사 노동이라든지 하는 하찮은 일에는 아무래도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게 된다. 큰일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다보니 말이다.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연결하면 몇 단계를 거쳐야 내가 전혀 모르는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과 연결될 까 생각해본 일이 있다. 개개인의 교우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대개 500명 내지 1000명의 아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자. 이는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다. 중학교 한 학년에 몇 명인지 생각하면, 그러면 나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숫자가 100만명이 되고, 또 그 아는 사람은 10억 명이나 된다.
중복되는 사람을 제외해도 두 단계만 지나가면 한국 구석구석 사람과 연결되기에는 충분한 숫자이다. 아무리 작게 잡아도 충분한 숫자이다. 아무리 작게 잡아도 친척, 가까운 친구 등등해서 100명 이상은 나를 잘 아는 사람일터이고, 잘 아는 사람끼리만 연결해도 4명만 건너가면 누구와도 연결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든 2~4명, 대략 3명만 건너가면 누구와도 아는 사람이 된다. 즉, 우리나라의 누구든지 내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 범위 내에 들어 올 수 있다는 계산이다.
나와 전혀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우리나라 맨 끝 마라도에 사는 어떤 사람도, 독도를 지키는 경찰관도 나를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으로 세 사람만 건너가면 아는 사이가 된다는 것이다. 내 생각을 뒷받침하듯, 언론 보도에 의하면 한국 사람은 3.6명을 건너가면 모두 아는 사람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발표를 본 일이 있다. 생각보다 약간 커서 조금 실망을 했어도 여러 분야에 걸쳐서 좋은 의미이든 나쁜 의미이든 끈끈한 인간관계로 맺어지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몇 사람만 지나면 다 아는 사이이니….
이런 식의 수학적인 계산은 같은 나라라고 하더라도 언어와 인종이 다른 사람이 섞여 사는 나라에서는 잘 적용되지 않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상황에서만 적용될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외적으로 시대와 공간을 뛰어 넘는 연결 고리를 찾고 놀라는 일도 있지만, 한 신문의 글에서 한국의 화투가 지금의 이라크 땅에 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영향이라는 주장을 실은 글을 보았다.
화투에서 ‘비’라는 화투짝은 12월에 해당하고, 12월(양력으로는 1월)에 비가 오는 지역이라든지, 그 이외 네 개의 광이 그 지역의 신들과 일치한다든지 하는 근거들이 비전문가인 내게 매우 그럴 듯하게 보였다. 결론의 황당함은 황당함대로 있었지만, 이 말이 사실이라면, 친척들과 어울려 치는 고스톱도 지금의 이라크 전쟁과 어떤 의미로든 연관이 있는 셈이니 이래저래 한국남자들은 노는 것조차도 독수리 오형제답다고 할 수 있다.
설을 맞이하면서, 신정과 설 중 어느 것이 새해인지,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을 언제 해야 하는지 새해를 여러 번 맞이했다고 생각하는 필자도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올 해도 어김없이 귀성 행렬에 난리를 치고 많은 사람이 고향을 찾았고, 반가이 만난 인사와 덕담은 잠시고, 남자들은 술을 마시며, 황금박쥐, 슈퍼맨과 독수리 오형제가 되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형제끼리 고스톱을 치면서 전쟁에 지친 이라크 사람들과의 연대를 과시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명절이 있는 한, 나라와 세계의 평화는 더욱 공고히 지켜질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여자들은 부엌에서 즐거운 명절에 용감한 남성 전사들을 위해 많은 뒷바라지를 하면서 힘든 명절을 보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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