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로운 풍조 중에 하나가 모이면 현 정부를 비판하는 일이다. 경상도 어느 곳에 들렀더니 여든 노인이 ‘살기가 어렵다’면서 원인을 대통령 잘 못 뽑은 것으로 돌렸다.
그러면서 충청도 사람들도 탓했다. 행정수도 건설에 홀딱 빠져 전폭적으로 밀어주었고 그것이 결국 나라를 힘들게 만들었다며 원망하는 것을 목격했다. 시쳇말로 주민등록증만 있으면 대통령을 욕하는 게 작금의 세태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 현 정부 들어 잘한 정책도 있을 텐 데 말이다. 왜 국민들은 잘못한 일만 기억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잘못된 민심읽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개혁을 보다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데는 이 사실을 정말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사실 남은 기간동안 누구든 이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 정부의 불행을 바라는 일부 계층에서는 한풀이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국가적으로는 그만큼 퇴보하기 때문이다. 큰 틀에서 보면 그것은 결국 나의 퇴보로 연결된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이 있다. 배를 군주로 백성을 물로 비유하는 국가관이다. 물론 오늘날 대통령은 과거 군주와는 성격이 다르다. 하지만 백성의 뜻을 잘 헤아려야하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다.
아무리 훌륭한 배라도 물이 없으면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배가 안정하게 항해를 하려면 역시 물을 잔잔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의 흐름에 따라 배는 안정될 수도 있고 전복될 수도 있다. 현명한 통치자는 백성이라는 물을 요동치지 않게 하면서 정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지금 정부가 바로 이 점을 간과한 것 같다. 목적의 정당성이 결국 수단의 중요성을 무시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내가 떳떳하고 정책이 옳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하는 게 정권 내부의 분위기가 아닌 지 묻고 싶다. 만약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지독한 아마추어리즘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진행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민심의 저항에 부딪히는 건 흔한 일이 아닌가.
또 한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개혁의 과정이다. 법과 제도에서 옛것을 버리고 새것을 취할 때는 어떠한 경우든 크고 작은 저항을 받게 된다. 더구나 이 정부가 들고 나온 ‘개혁’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수 진영의 반발을 가져오는 요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개혁은 모르는 사이에’라는 옛말을 곱씹어야 했었다.
개혁 얘기를 할 때 흔히 인용하는 고사가 있다. 주 왕조 건국 후 주공은 아들 백금에겐 노나라, 태공망 여상에겐 제에 보내 다스리도록 했다. 그런데 여상은 3년도 안 돼 제를 평정했는데 아들이 간 노나라는 오히려 반란이 일어났다. 연유를 물었더니 백금은 한꺼번에 개혁을 시도했고 여상은 아주 조금씩 법과 제도를 바꿔나갔다.
큰 개혁일수록 국민들 모르는 사이에 하라는 교훈이다. 지금 정부의 개혁이 어디 그렇게 했던가. 마치 전리품인양 떠들면서 해대니 야당의 협조도 없고 국민들의 저항만 불러오는 게 아닌가.
여론을 소중히 여기고 개혁은 소리 없이 하는 성숙한 정부가 되기를 현 정부에 기대해 본다. 국민들이 정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런 정부를 한번 보았으면 하는 국민들의 맘 전에 없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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