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시 황당했다. 급한 용무가 기껏해야 사탕을 사는 일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그것이라면 손님이 없는 때에 느긋하게 구입할 것이지, 굳이 손님을 태운 채 다급하게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나의 그런 판단은 너무 성급한 것이었다. 기사는 봉지를 뜯어 사탕 한 개를 나에게 권하였다. 그러면서 잠시라도 기다리게 해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나한테 줄 사탕이 떨어져 그리 하였다며 다시금 용서를 청하였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탕에 대한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는 자기 차에 탄 승객에게 언제나 사탕 한 개씩을 건네며 운전을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면 손님들은 대개 얼굴이 펴지며 즐거운 얘기가 오고 가면서 목적지에 다다른다고 하였다. 승객이 기분이 좋아지니까 덩달아 자신도 기쁘고 다음 손님들한테 더 잘 해 드리게 된다면서 그는 환히 웃었다.
나는 객쩍은 질문을 한 가지 던졌다. 사탕 한 봉지가 그리 비싼 것은 아니지만, 혹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냐고 슬쩍 물어 보았다. 그 기사는 절대로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행복해진 손님들은 거스름돈을 받지 않거나 아예 단골이 많아져 자신의 택시만을 찾는 바람에 벌이가 남다르다며 흥겨워하였다.
그 젊은 운전자는 아마도 심리학이니 인간학이니 하는 따위를 배우지 않았을 것 같았다. 더욱이 경영학개론이나 경제학원론 등의 책 한 장도 넘겨보지 못했을 듯싶었다. 그렇지만 그는 사탕 한 개로 사람을 편안하게 하고 더불어 따뜻하게 사는 법을 스스로 깨달아 실천에 옮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쁨과 더불어 돈 버는 즐거움도 만끽하며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나는 그토록 넉넉한 운전기사가 있어 작은 도시가 한없이 커보였다. 그리고 그 청년 기사와 함께 얘기하는 다른 기사들마저 더욱 정겹게 여겨졌다. 올해는 언제쯤 또다시 거기를 들를지 모르겠다. 그러면 나는 틀림없이 ‘행복전도사’이자 ‘택시경영학’ 귀재인 그 착한 젊은 기사를 찾느라 지나다니는 택시의 운전석을 두리번거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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