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착각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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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착각의 사회

  • 승인 2005-02-07 01:59
  • 이광진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이광진 경제정의실천연합 사무처장
아가씨 한명이 여행을 하게 되어 대전 역에 나가 표를 구하고 차에서 읽을 잡지 한권과 과자를 산후에 대합실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한 중년의 신사가 옆에 앉더니 옆에 놓인 과자봉지를 집어 봉지를 뜯고 과자를 먹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아가씨는 몹시 기분이 상하였지만 뭐라 말하기는 그렇고 옆에 놓인 과자를 하나 집어 먹었다. 그렇게 하면 그 신사가 미안해서 과자를 놓고 다른 데로 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신사는 계속해서 과자를 집어 먹는 것이었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정말 뻔뻔하네.” 생각 할수록 기분이 상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흘러 마지막으로 과자가 하나 남았다. 신사는 남은 과자를 반으로 나눠 반쪽을 아가씨에게 주고 반쪽을 먹은 후 손을 털고 자리를 일어나 가는 것이었다.

차시간이 되고 아가씨는 기차에 올랐지만 그 신사생각으로 기분이 상해 있었고 속으로 그 사람에게 무언의 욕을 하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가씨가 휴지가 필요해 가방을 여는 순간 아가씨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자기가 대합실 매점에서 사놓은 과자가 가방 속에 있는 것이었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이 아가씨와 같은 착각 속에 남들의 행동과 뜻을 왜곡하고 그것을 비판까지 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고 사실을 알고난후 혼자 멋쩍어 하는 경우가 있다.

며칠전 끝난 지율 스님의 천성산 고속철도 터널공사에 항의한 단식농성과 관련한 주변의 상황을 바라보면 기분이 씁쓸하다. 스님은 자연과 환경이라는 미래의 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자연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목숨까지 내건 단식 농성을 하였음에도 그것을 악의적으로 해석하여 일부언론의 보도는 천성산 환경가치의 중요성과 보전보다는 스님의 100일간에 걸친 초인적인 단식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고 일부 네티즌들은 스님과 환경단체의 음모설 유포와 함께 한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처럼 여기며 죽기까지 바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다행히 정부가 고속철공사와 관련한 환경영향공동조사를 약속함으로써 스님의 단식이 끝나고 이제 스님은 그간의 단식으로 인해 지쳐버린 심신을 추스르게 되었다.

이번 지율스님의 단식은 도롱뇽으로 상징되는 천성산의 생명가치를 위한 것이었고 결국 천성산과 관련된 보존 논쟁은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환경적으로 어려운 처지에서 신음하고 있는데 대규모 국책사업이 하잘 것 없는 도롱뇽으로 인해 중단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우리의 선택여부와 관계없이 인간중심에서 자연의 권리를 인정하는 생명 중심의 사회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충청지역에도 엄청난 개발의 바람이 불어 닥치게 될 것이다. 신행정수도건설, R&D특구개발, 기업도시건설, 호남고속철 건설 ….

산적해 있는 개발사업에서 새로운 지율스님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관에 협조적인 일부전문가의 도움으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더 이상의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잘못을 모르는 채 남의 행동과 결단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잘못을 바로 발견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우리 사회는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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