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 ‘쓸쓸한 명절’

  • 사회/교육
  • 노동/노사

신용불량자 ‘쓸쓸한 명절’

고향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

  • 승인 2005-02-07 00:00
  • 정문영 기자정문영 기자
‘돈은 없고 고향은 가야겠고…’


2년 전 뜻하지 않게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김모(25·대전 중구)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고향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 못지않게 간절하지만 벌어 놓은 돈도 없고 부모님을 뵐 엄두가 좀처럼 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학 재학 시절 호기심으로 발급받았던 신용카드 4~5장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무려 4000여만원의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재됐다.

어떻게든 빚을 변제하기 위해 재학 시절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보는 등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녀봤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빚의 덜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김씨는 “간신히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원서를 수십여 차례 내 봤지만 신용불량자라는 그림자 때문에 취직이 어려워 지금까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명절이지만 부모님과 친지들을 뵐 면목이 없어 고향가기를 포기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부 권모(38)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록 본인의 실수에 의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된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권씨의 남편이 신용카드를 과도하게 사용해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하루빨리 카드 빚을 갚기 위해 권씨의 남편은 물론 권씨마저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빚 갚는데 사용하고 있어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 설 명절이 달갑지만은 않은 심정이다. 권씨는 “감당하기 힘든 빚이 있다는 지금의 현실이 마음의 족쇄가 돼 버렸다”고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이처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둔 시민들은 고향을 찾는다는 부푼 기대를 갖고 웃음 짓고 있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빚더미에 올라선 일부 신용불량자들은 고향을 찾아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하지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질 않고 있다.

한 신용불량자는 “매일같이 신용카드사는 물론 채권추심회사에서 변제를 독촉하는 전화와 방문에 시달려왔다”며 “설 기간동안 만이라도 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