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뜻하지 않게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김모(25·대전 중구)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고향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은 누구 못지않게 간절하지만 벌어 놓은 돈도 없고 부모님을 뵐 엄두가 좀처럼 나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학 재학 시절 호기심으로 발급받았던 신용카드 4~5장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무려 4000여만원의 카드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등재됐다.
어떻게든 빚을 변제하기 위해 재학 시절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보는 등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녀봤지만 수천만원에 달하는 빚의 덜미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김씨는 “간신히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원서를 수십여 차례 내 봤지만 신용불량자라는 그림자 때문에 취직이 어려워 지금까지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며 “명절이지만 부모님과 친지들을 뵐 면목이 없어 고향가기를 포기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주부 권모(38)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비록 본인의 실수에 의해 신용불량자 신세가 된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권씨의 남편이 신용카드를 과도하게 사용해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하루빨리 카드 빚을 갚기 위해 권씨의 남편은 물론 권씨마저도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빚 갚는데 사용하고 있어 얇은 주머니 사정으로 설 명절이 달갑지만은 않은 심정이다. 권씨는 “감당하기 힘든 빚이 있다는 지금의 현실이 마음의 족쇄가 돼 버렸다”고 답답함을 하소연했다.
이처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앞둔 시민들은 고향을 찾는다는 부푼 기대를 갖고 웃음 짓고 있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빚더미에 올라선 일부 신용불량자들은 고향을 찾아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하지만 발길이 쉽게 떨어지질 않고 있다.
한 신용불량자는 “매일같이 신용카드사는 물론 채권추심회사에서 변제를 독촉하는 전화와 방문에 시달려왔다”며 “설 기간동안 만이라도 쉬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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