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쌀이 무기라는 걸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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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쌀이 무기라는 걸 알아야

  • 승인 2005-02-05 00:00
  • 강흥순 부여군 홍산면 좌홍리강흥순 부여군 홍산면 좌홍리
▲  강흥순 씨
▲ 강흥순 씨
원고의 청탁을 받고 무슨 얘길 써 야 농민의 분노가 조금이라도 삭힐까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말도 생각나지 않고 작년 12월 20일 서울 농민대회 시위에 참가한 우리 농민들을 버스 안에서 무심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서울시민들의 차가운 눈초리만 다시 떠올랐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자유로운 무역과 투자를 가로막는 모든 장벽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이다. 국제교역의 완전한 자유의 기치를 드높이 올린 세계무역기구의 규정은 일국의 법률을 훨씬 능가하는 세계화체제의 명실상부한 막강한 힘의 지휘자가 WTO인 것이다. 그 중에서도 유독 제 3세계 농업과 농민들에게 압박을 가하는 것의 본질은 결국 세계곡물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미국의 입김이며 그들의 손으로 수많은 목숨을 쥐고 흔들어보겠다는, 즉 식량을 무기화 하겠다는 숨은 뜻이 있는 것이다.

그 본질을 미리 꿰뚫어보고 식량 주권을 위한 식량자급률법제화를 뜨겁게 외치는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피어린 주장은 눈물겹다. 계급과 계층의 이기적인 싸움이 아닌 진정 삶을 위한, 생존을 위한 민족의 건강한 먹이를 지키려는 전농의 충정어린 외침에 정부와 국민들은 귀기울여야 한다.
농촌엔 오로지 죽음을 향해 떨어지는 슬픔과 원망과 저주와 고통만이 질퍽거린다.

WTO 세계화와 FTA에 따른 식량주권의 뚜렷한 위협 속에도 현정부는 쌀 개방 강행을 통해 농업농촌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수탈형 개방농정으로 인한 농업농정의 해체는 가속화되는데 소수 쌀전업농을 중심으로 정예 농민(7만 명)의 기업화를 기대하는 못나빠진 꿈을 꾸고 있다.

양곡법과 농지법에 대한 개악으로 인해 농업과 농촌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투기자본이 유입되면 외국 농업회사들은 국내의 직접경영을 확대해갈 것이다. 결국 내 땅을 내주고서 외국 농업회사의 머슴이 되기를 이 정부는 간절히 바라는가보다.

쌀개방의 본격화에 따른 이농과 탈농으로 인하여 도시 빈민들의 생존은 더욱 열악해지고 남아있는 농민들은 모두 고령화에 구조적인 경영악화에 따른 생계불안과 농가부채가 급증할 것이다.

농업자본 수익률이 대출금리 이하로 형성됨으로써 농업투자는 감소할 것이며 지속적인 가격 하락으로 실질소득은 감소할 것이다. 결국 선택과 집중이라는 해괴한 대응법에 의해 농민층의 분열이 가속화되고 마침내 신자유주의 추종자들에게 우리의 민족 농업은 비참하게 사망할 것이다. 민족의 생존을 위한 식량을 생산, 공급, 조달의 적법한 대책도 없이….

쌀이 무기가 되는걸 알아야 땅의 귀중함을 안다. 땅의 귀중함을 알아야 농촌과 농민을 안다.
지금 우리는 농촌과 농민을 어떻게 알고 대하는가? 가난과 못남으로 똘돌 뭉치고 어리석고 힘들고 짜증나는 몸과 마음들로 마냥 지쳐있는 소외된 국민이거니, 버림받은 직업과 직종이려니 하는 마음이 앞설 것이다. 과연 그럴까? 시시각각 다가오는 세계곡물상들, 그 죽음의 발자국소리를 들으면서도 우리 농촌과 농민들이 국가산업의 경쟁력에서 물러나야 할 사양산업인가를 묻는다.

노무현 정부는 이미 농정을 포기했지만 한 가닥 희망의 불씨는 아직까지 남아있다. 그 불씨가 바로 수입쌀로부터 우리의 쌀을 지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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