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용 지방자치부장 |
이유는 있을 것이다. 정책적 검토를 운운할 수 있겠으나 표(票) 계산이 먼저였을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여당에 민심을 빼앗기고 있는(것처럼 보이는?) 충청권 가운데 충북만이라도 떼어내 내편으로 삼자는 계산이 아닌가? 3당 시절, 당시 여당이 ‘적지’(敵地) 호남에서 전북을 분리해내려 하고, 자민련이 충청권을 석권할 때 충북을 떼어 내려던 시도와 같은 것이다.
정당이 표를 좇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명색이 나라를 운영한 경험이 있고, 수권정당을 자처하는 공당(公黨)으로, 지역 간 이해가 엇갈리는 지역 현안에 끼어 들어 “난 네편이다”하는 식의 행태는 치졸하다. 비록 인구 500만도 안 되는-전국 인구의 10분의1이 약간 웃도는- 충청지역까지 노골적으로 찢고 갈라서라도 이득을 취하겠다는 발상이라면 수권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국가적 과제가 분명한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대해선 어떤 정당이든 입장을 정해 밝힐 수 있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행정수도에 대한 한나라당의 반대론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책 과제에 야당이 시비하는 것 자체를 책망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호남고속철도 분기역의 적합지가 대전인지 오송(충북)인지 천안(충남)인지를 따지는 문제는 그런 종류의 국가적 과제는 아니다. 정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 객관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쳐 결정하면 될 사안이다.
국가적 과제임이 분명한 ‘새만금 사업’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내지 못하는 한나라당이다. 또 부산과 대구의 다툼이 벌어진 위천공단 문제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이 어느 한쪽을 편들었다는 얘기도 못 들었다. 그런데 왜 유독 호남고속철 분기 문제에만 노골적 편들기를 하는 것인가?
그렇다고 충청도가 정말 쪼개지는 것도 아니다. 궁극적으로 호남고속철 문제가 충청권 이웃들을 갈라놓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선거 때가 되면 충청민심은 시대에 맞춰 좇기도 하고 한편 거스르기도 하겠지만 어떤 사안 때문에 특정 세력과 한편이 되어 무턱대고 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지금 충청도 민심이 한나라당에 가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여당 쪽에 가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너무 불안하게 여겨 충청지역 쪼개기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면 정말 딱한 노릇이다. 한나라의‘충북 편들기’는 충북엔 유리해 보이지만 ‘충남 버리기와 대전 죽이기’를 감수한 ‘충청권 갈라놓기’라는 점에서 충청권 전체가 죽을 수 있다는 걸 충청주민들은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선 당장은 대전 죽이기가 눈에 보이므로 같은 당 소속인 염홍철 대전시장의 입장이 요즘 곤혹스럽다. 한나라당 대표에게 무슨 편지를 보냈다고 하고 탈당 얘기도 다시 나온다. 한나라당의 대전 죽이기가 분명하고, 이런 한나라당을 말릴 대안도 수단도 없다면 시민의 대표인 시장이 더 이상 한나라당에 머물 이유는 없다. 탈당의 명분은 된다. 다만 이후 행보가 분명치 못하다면 탈당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더구나 아직 호남고속철 분기역이 최종 결정되지도 않았다. 한나라당 의견이 분기점 결정에 영향을 미쳐 충청권 쪼개기와 대전 죽이기가 현실화된다면 그 때 결정해도 늦지는 않다. 그렇지만 설마 한나라당이 그런 우(愚)을 끝까지 범하기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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