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칼럼]재능과 덕성을 일치시키는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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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칼럼]재능과 덕성을 일치시키는 교육

  • 승인 2005-02-02 01:51
  • 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김세정 충남대 철학과 교수
경제관료 출신인 신임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취임사에서 “교육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교육개혁에 힘쓰겠다”고 하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김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우리 교육의 문제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양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학교육”이라고 답변하면서 “대학 혁신과 지식인력 양성을 통해 산업사회에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산업계에서는 쓸 만한 인재가 없어 2년 정도 공짜로 월급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 때문에 외환위기 이후 기업이 대학 졸업자의 고용을 기피하는 대신 경력자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김부총리의 말대로라면 실업자 양산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심각한 경제적 문제들이 잘못된 대학교육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대학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다양한 목적과 기능들을 무시한 채 단지 ‘시장과 경쟁과 효율의 논리’만을 가지고 기존의 대학교육이 우리 사회의 경제적 문제들을 야기했다고 단언하는 것은 앞으로 교육을 이끌고 갈 교육부총리의 발언으로는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만일 대학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단지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재능과 기술만을 지닌 기술자를 대량으로 양성하는데 있다고 한다면 굳이 대학이 아닌 기술학교나 전문학원만으로도 충분하다.

대학교육의 목적은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에, 예컨대 대학에는 기초학문분야와 응용학문분야가 함께 공존하고 교양과목과 전공과목을 함께 이수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자 양성에만 주력할 경우, 미래의 학문·경제·과학·문화 발전의 바탕이 되는 기초학문이 붕괴되고 이로 인해 장기적인 학문과 사회발전은 물론 경제발전마저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더욱이 올바른 대학교육은 재능과 덕성이 상호 부합될 수 있도록 이들을 모두 신장시켜 주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우리 인간사회는 우리의 몸과 같이 하나의 유기체이다. 우리의 몸이 눈, 귀, 코, 입과 오장, 육부 등 다양한 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듯, 우리 사회 또한 서로가 다른 재능을 지닌 다양한 구성원들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획일화된 기술과 지식만을 강요하거나 교육해서는 안 된다. 구성원 개개인의 서로 다른 타고난 재능을 신장시켜주고 나아가 새로운 재능을 개발시켜 주는 교육을 필요로 한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와 전공을 선택하여 기술과 지식을 연마토록 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전문가들을 양성해 내는 것이 대학교육의 주요한 한 가지 목적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지금 안고 있는 제일 큰 문제는 인재들이 몇 개의 인기학과에 편중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성을 해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하나의 개체생명이기에 자신의 생존과 안위와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을 가지고 있는 반면, 사회라는 관계망 안에서 다른 구성원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에 ‘서로 살리고 서로 길러주는 동심일덕(同心一德)의 어진 마음(仁心)’, 즉 이타심을 가지고 있다. 이기심은 현대사회에서 요구하는 발전의 원동력인 경쟁의 주요한 동기가 되지만 이기심만이 조장될 경우 이는 사회의 상보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망을 파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학교육이 단지 재능과 기술만을 신장시키는 교육이 될 경우, 가시적으로는 경제 발전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자를 양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이는 오히려 이기심만을 성취시키는 수단으로 전락함으로써 사회의 유기적 관계망을 파괴하고 장기적으로 자신조차 파멸에 이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학교육은 반드시 그 재능에 부합되는 ‘서로 살리고 서로 길러주는 동심일덕(同心一德)의 어진 마음’을 신장시켜 주는 덕성 교육을 함께 함으로써 바람직한 사회 구성원을 길러내는데 목적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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