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 아이들과 미국 아이들의 차이 중 가장 뚜렷한 게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그녀는 한국 아이들이 교사의 말을 안 듣는 것이라고 했다. 미국 아이들은 대부분 교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순종하는 데 반해, 한국 아이들은 잔머리를 굴리고 적당히 요령을 부린다는 것이었다.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말 안 듣는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해 오라는 숙제도 안 해 오고, 수업 중에도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문자 메시지 보내는 데 열중한다. 머리 모양이나 복장 등이 교칙에 위배되어 주의를 주어도 곧바로 시정하지 않는다. 다 함께 청소를 하는 청소 시간에도 혼자 매점에 가서 군것질을 하고, 갖가지 비행을 저지르기도 한다.
왜 아이들이 이렇게 되었을까? 나는 그 책임의 많은 부분이 우리 기성세대와 부모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말 안 듣고 잔머리 굴리고 요령이나 피우는 그런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을 누구로부터 배웠겠는가.
아이들의 가장 큰 스승은 부모이고, 특히 어린애일 땐 더더욱 무엇이나 부모를 따라 배운다. 우리 학교의 젊은 동료 교사 한 분이 아침마다 화장실에서 신문을 읽었는데, 어느 날 그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두 살배기 아들이 신문지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가 신문지를 거꾸로 들고 변기 위에 앉아 있더란다.
그 교사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곤 했는데 그 아들이 몰래 그의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다가 불을 붙이려고 애를 쓰다 들킨 일도 있었다 한다. 맞벌이 부부라서 할머니가 아이를 봐 주는데, 이웃집 할머니들과 고스톱을 치는 걸 보고 배워서 화투 놀이를 해서 한 동안 고민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부모가 진실하고 정성스러워야 아이들이 바르게 자란다. 우리의 학생들이 말을 안 듣는다면 그 원인이 우리 어른들에게 있지 않은지, 우리의 자녀들이 말을 안 듣는다면 그 원인이 부모에게 있지 않은지 성찰해 볼 일이다. 아이들은 결국 우리들의 거울이기 때문이고, 우리나라의 미래를 숨김없이 보여주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