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그녀가 돌아왔다

3년만에 장편 ‘비밀과 거짓말’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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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가족사 진실 엿보기




은희경의 신작 소설 ‘비밀과 거짓말(문학동네)’이 출간됐다.

95년 등단 이후 1년에 한 권꼴로 새 책을 선보여 왔던 작가라는 점에서 3년만에 출간된 이책은 그동안 ‘사랑’, ‘인간사이의 관계’를 주 테마 성장 소설을 주로 썼던 작가의 소설세계가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03년 여름부터 2004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되었던 작품인 이번 신작은 탈고로 다시 1년을 보낸 뒤 출간될 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담긴 작품이다.

은희경의 신작 ‘비밀과 거짓말’은 두 달만에 산사에서 쓴 ‘새의 선물’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다. 이는 작가가 들인 시간의 무게 탓이기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전 작품들이 작가 특유의 문체인 경쾌함과 발랄함으로 다가왔다면 이 소설은 다소 무겁고 깊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공들인 문장과 그 문장들 사이의 긴장들은 작품을 읽다가 문득, ‘은희경 소설 맞아?’ 하는 느낌이 들 만큼 작가가 또다른 소설세계로 진입해들었음을 감지하게 한다.



‘스스로 성장을 멈추었다’는 열두 살 애어른 진희(새의 선물)를 내세우고, 내내 ‘마이너리그’로 살아야 했던 ‘58년 개띠’ 남자(마이너리그)들을 내세웠던 이전의 작품과는 다르게 ‘비밀과 거짓말’은 작가가 직접 삶을 마주하고 정색을 하고 쓴 성장소설이다.

소설은 크게 3가지 이야기가 날실과 씨실처럼 짜여있다.
주인공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연루된 집안의 비밀, 형제이면서 사사건건 뒤틀리기만 하는 형과 아우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여기에 영화감독이 된 주인공이 영화를 만들면서 벌어지는 도시인의 삶이 오밀조밀 한곳에 담겨 있다.

아버지의 죽음과 그가 남긴 유물로 인물들이 모였다 흩어지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책은 겉으로는 가장 도덕적이고 인근에 명성이 자자했던 집안의 이면인 부도덕과 불길한 욕망, 근친상간적 충동, 비극적 운명 등을 통해 아버지의 재발견을 시도하고 있는 것.

작가 스스로도 “어지간히 할말은 다 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을 만큼 작가생활 10년 동안 쌓아온 내공의 힘, 내내 누르고 삭이고 벼려왔던 세상과 삶의 무게와 ‘진실’ 그리고 ‘비밀’이 모두 들어 있다.
은희경 저. 문학동네. 318쪽.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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