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기불황속에 맞이한 2005년 새해, 단연 경제회복의 화두가 ‘소비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말입니다.
언뜻 들으면 경기가 안 살아나는 이유가 소비에 있고 상당부분의 경기회복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는 듯 느껴집니다. 또한 두 가지의 중요한 경제통계를 보면 소비자가 지금 대한민국 경기회복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처럼 느껴집니다.
첫째 2004년 벽두에 경제성장률이 최소 5%대라고 장담하던 것이 연말에 이에 크게 못 미치는 부진을 보였는데 가장 큰 원인이 2/4분기 -0.6%와 4/4분기에 -0.9%까지 떨어진 소비부진 때문이었습니다. 둘째 2005년을 시작하며 희망적인 경기전망 시나리오가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상반기에 경기가 좀 더 하강하다 하반기가 되면 살아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경기전망은 소비가 상반기에 0.6%, 하반기에 2.9% 성장한다는 전제에서입니다. 이는 작금의 우리경제 운명을 소비가 결정하고 소비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많은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누가 쓰고 싶지 않아서 안 쓰냐, 돈이 없어 못 쓰는 것이지’라고 반문하실 겁니다. 이쯤되면 우리경제의 회복문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드는 느낌입니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한국경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해법을 찾아야 하는데 근본적인 처방을 위해서라면 분명 그 답은 ‘안 쓰는 이유’보다는 ‘돈이 없는 이유’에서 찾아야 할 것입니다.
실제로 최근 소비가 부진한 이유를 보면 ‘카드빚 때문에,’ ‘노후대비 때문에,’ ‘자산소득이 부족하기 때문에‘ 등 다양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기반 한 안정적인 소득원이 없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는 오늘과 내일의 소득이 충분히 보장된다면 소비욕구상 반드시 지출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결국 현 한국경제 상황에서 소비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말에는 ‘돈을 주어’ 혹은 ‘일자리를 주어’라는 문구가 더 삽입되어야만 완전한 문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소비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것도 일자리가 있어야 경제가 산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정부도 이점은 분명 인지하고 있는 듯하나 해법 제시에는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내놓은 해법 중에 하나는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공공투자 사업을 통해 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창출한 일자리는 충분한 소득과 안정적인 소득을 평생 보장해주지는 못함을 우리 지난 1997년 IMF 시절을 통해 경험하였습니다. 더구나 경제이론 중 ‘항상소득가설’에 의하면 소비자는 일시적인 소득증가에 의해 소비지출을 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따라서, 소비진작을 통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항구적인 소비회복을 약속해 줄 항구적인 소득원이이자 영양가 있는 일자리 창출입니다. 그리고 그 열쇠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쥐고 있다는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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