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권력의 과도한 간섭을 받는 한 지방권력의 활력은 떨어진다. 창조란 자발적인 것이며 계시적인 것이다. 돈만 벌겠다는 일념으로 또 쥐꼬리만한 권력이라도 쥐어보겠다는 지배욕으로는 창조에 도달하지 못한다. 그것은 수법이나 수완일 뿐이다.
사정은 기업이라 해서 나을 것이 없다. 내가 직장생활을 해온 지난 25년은 기업이 가장 번창을 구가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인은 항상 고달팠으며 이제 와서는 그 장래마저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이날 구석구석을 지배해온 관료주의가 기업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는가를 현장에서 목격한 바로는 한심하다는 말밖에 더 할말이 없다.
자본주의는 지금 자유기업주의 아닌가. 기업인의 창의력이 생명이고 그 기업가 정신이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그런데 이 나라 관료주의는 기업인을 봉으로 잡는다. 크게 보면 백성을 봉으로 잡는 셈이지만 우선 손에 걸려드는 것이 기업이다.
각종 규제, 단속, 인허가, 등록, 신고 등 소위 행정지도 등이 관료 특권의 알맹이로 자리 잡는다. 많은 기업들이 부자가 많아 덜 뜯기는 서울로 피난을 가고 또 로비하기 좋은 서울로 본사를 옮긴다. 권력과 기업이 서로 기생하며 공생하는 사회, 정경유착 약육강식이 풍미하는 사회풍조 하에서는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사회편제는 껍질만 남는다.
권력이 출세의 중심이 되는 사회, 우수한 인재는 죄다 중앙권력으로 몰려들어 군림하는 사회, 아랫것들은 뜯어먹고 윗분들은 챙기는 사회, 2류3류 대접을 받으며 기업이 특권을 받들어 먹이는 사회, 그리하여 모든 사회조직이 관료를 닮아 가는 사회, 너나없이 자기들의 생산성은 접어두고 승진과 보수에만 집착하는 사회, 창의력과 생산성으로 이윤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특혜와 투기로 차액을 낼 수밖에 없는 기업.
사회 구석구석에서 크고 작은 창의력이 꽃피지 않고 선진국이 된 예는 아직 없다.
사장을 장관처럼 받들어야 하고 고참 일수록 감독만 하려하고 사기업간에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받들고 납품과 검수 또는 대금결제를 둘러싸고 직급을 따라가며 술을 사고 돈을 써야 하는 사회, 어느 겨를에 경영합리화 하겠는가.
자본주의의 원동력이라는 기업가정신과 이를 담아내는 중소기업은 이 나라에서 힘없고 운 없는 백성이 당하는 설움을 함께 한다.
자본주의란 여러 가지 결함에도 불구하고 합리주의로 무장했다 해서 강한 것이다. 그 꽃이라는 금융기관도 담보만 챙기니 아무리 사업계획을 개발해도 사장되고 만다. 기업도 은행에 잘 보이려고 딴 짓을 한다.
은행이 안정 빵인 큰 기업만 상대하면 경쟁력 있는 기업은 양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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