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은 시골풍경의 대표적인 식물로 늘 우리와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호박꽃은 담장, 텃밭, 논두렁과 밭두렁, 때로는 지붕 위까지 올라와 우리와 친근한 관계를 지속하여 오고 있다. 그 꽃은 노란색을 띠고 매우 단정하고 수수하게 생겨 우리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
호박꽃이 지면서 그 자리에는 연두색을 띤 작은 원형의 호박이 열리게 된다. 우리네 사람들은 그것을 애호박이라고 부르며 국수, 청국장 등 먹거리에 단골 손님으로 초대를 받는다. 날씨가 우중충하고 보슬비가 소리 없이 내리기라도 하면 부엌이나 주막집에서는 호박부침개를 내어 주당들의 술맛을 돋운다. 또 그 넓고 잘생긴 호박잎은 쌈으로 둔갑하여 별미를 제공한다.
가을철 노랗게 익은 늙은 호박은 시집간 딸의 출산 몸조리용으로 마루 한쪽에 옹기종기 잘 모셔둔다. 때로는 그 늙은 호박을 갈아 찹쌀가루와 함께 호박죽을 끓이면 그 향과 맛은 표현할 길이 없다. 이런 호박이야말로 우리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요즘 사람들은 내 것만 아는 이기심과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배척하려고 하는 배타적 경향이 만연해 있다. 차마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조차 싫은 인면수심의 사건들을 우리는 며칠사이 보도를 통해서 접하고 있다. 어떻게 사회가 이 정도로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다같이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사회는 더 발달할 것이고 사회는 따뜻함보다는 각박해질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러한 각박한 사회 환경 속에서 한발 물러서서 호박처럼 더불어 둥글둥글 살려고 노력하고, 호박잎처럼 너나할것없이 용서하고 화해하고 포용하며 살고, 호박줄기처럼 길게길게 뻗어 방방곡곡에 인정이 넘치고, 그러면서 생색내지 않는 호박처럼 모두가 둥글둥글 그렇게 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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