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작년12월31일 우리 회사의 ‘아프리카에 대한 쌀 수출’ 문제로 미얀마(버마) 상업부장관을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12월 31일이면, 종무식이다 뭐다 해서 떠들썩한 분위기일텐데, 장관조차 일상(日常)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고 적이 놀랐다. 물론 미얀마는 지금 군사정부가 다스리고 있지만 경제 문제에 신경 쓰는 것은 어느 나라보다 적극적이다.
‘쏘윈’ 총리와 같이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임하려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기업인의 면담은 언제든지 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그들의 기본적인 자세 같다. 무슨 일이 있으면 관공서를 끝도 없이 찾아 다녀야 하는 우리와는 너무 달랐다.
지금 세계는 변하고 있다. 가치관도 변화하고 있다. 이제 세계인의 화두는 ‘경제’라는 단어에 집중되어 가고 있다. 경제란 거시적이든 미시적이든, 국민 개개인의 풍요로운 삶을 이루기 위한 것이다.
이런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미얀마와 같은 저개발국가조차, 국가의 공무원들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영업사원이 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중국 또한, 금년에 모자랄 것으로 예상되는 식량 5000만t을 구하기 위해, ‘원자바오’ 총리뿐만 아니라, ‘후진타오’ 주석까지 나서서 식량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 먹을 것이 부족하여, 배를 곯아 봤던 경험이 있는 그들로서는 당연한 정책목표를 세운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자국민의 생활안정에 최대한의 정책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중국 위정자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경제는 사회의 하부구조이다. 하부가 흔들리는 사회는 지탱을 할 수 없게 된다. 미얀마를 통치하고 있는 현재의 정치권력은 군부의 쿠데타 세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외견상 미얀마 국민들의 저항은 예상 밖으로 적다. 다만,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하지 않고, 모든 권력이 ‘탄쉐’라는 한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다. 또한, 지금의 군부정권에는 별 불만도 없다.
현재의 군부가 아닌 과거의 ‘네윈’을 탓할 뿐이다. 즉, ‘네윈’의 공산주의 통치 이전만 해도 아시아에서는 경제발전의 속도가 가장 빠르고, 가장 잘 사는 나라 중의 하나이었던 미얀마가 이제는 세계최빈국 중의 하나로 전락하게 된 그 모든 것은 ‘네윈’의 ‘공산주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본인이 만나 본 미얀마 국민들은 한결같이, ‘아웅산수지’ 여사의 근황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주역이며,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그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지금 어떠한 정치적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오로지, 그들 미얀마 국민들의 관심사는 ‘언제 고속도로가 준공되는지’, ‘언제 투자위원회의 허가가 떨어지는지’, ‘언제 수출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등의 경제적인 문제에 있다.
한시적이긴 하지만,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노동삼권에 대해서도, 그들은 불만이 없다. “아웅산수지 여사가 이끄는 사람들이 정권을 장악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삶의 질이 보장될 것인지?”라는 물음에, ‘오히려 경제에는 득이 없을 것’이라며, “정치는 정치일뿐, 이대로가 좋다”고 대답한다.
요즘 광화문 현판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다. 역사적으로 또 문화적 측면에서 어떤 득실이 있는지 알 수 없겠으나, 서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고 나라마다 온통 “경제!”를 외치는 상황에선 좀 한가한 놀음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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