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일 기자 |
결국 이 말은 전달 과정에서 약간 부풀려진 것으로 결론 났지만 사실이 제대로 밝혀지기까지 현장에 있는 기자나 잘못 보도된 기사에 많은 사람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만 했다.
비단 이번 일이 아니라도 러플린 총장은 지난해 말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도 ‘떠나겠다’는 말을 해 발언의 진위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두 번씩이나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셈이다.
노벨상을 수상한 러플린 총장이 미국과는 동떨어진 우리나라 과학기술 환경과 국민정서 속에서 개혁을 추진하자니 꽤나 골치를 썩고 있다는 건 십분 이해가 간다.
또 보수적인 KAIST 교수들이 ‘작금의 상황은 축구는 한물간 경기이니 미국에서 잘 나가는 미식축구를 하라는 꼴’이라는 혹평을 하며 반발하는 데 화가 났을 법도 하다.
그래서 답답한 심정으로 KAIST 리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떠나겠다’며 국민들의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을 두 번씩이나 한 것인가.
자신이 한 말이니 이의 속뜻과 말을 하기까지의 자초지종은 러플린 총장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우리나라 과기계가 동요하고 KAIST 구성원, 나아가 많은 국민들이 혼란스러워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발언 전에 좀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러플린 총장은 우리나라 과학기술 인재육성의 산실인 KAIST의 리더이다. 이 자리는 자신이 그만두고 싶다고 해서 쉽게 그만둘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 이유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관으로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신중히 말하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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