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이슬 온양고 교사 |
‘다음날 너희를 만나 이름을 불러주면 얼마나 좋아할까’ 생각하곤 하루 만에 이름을 다 외웠다. 너희가 적은 ‘공부계획쪽지’에도 너희에 대한 나의 기대와 소망을 적어 답장으로 되돌려주었지. 그걸 읽는 너희들의 눈빛이 빛나는 걸 보면서 앞으로 사랑을 더 많이 주겠다고 다짐했어. 생일도 직접 챙겨주고, 이메일도 먼저 보내고, 한달에 한 번 몇 명씩 함께 하는 점심 식사는 우리를 더욱 가깝게 해 주었지.
사랑만을 주고 싶었는데 상처를 준 경우도 많았던 거 같아. 처음 매를 들었을 때의 표현 못 할 우울함과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을 기억하지 못한 채 말보다는 매가 먼저 나갔고, 대놓고 “난 공부 잘하고 말 잘 듣는 애가 좋다”라고 말한 것은 분명 선생다운 행동은 아니었어. 학교 내에서의 인권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이 때에 너희들 편에 서주지 못하고, 교칙이라는 이유로 너희의 두발을 단속했던 것도 미안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부끄럽고 후회스럽다.
내가 1년이라도 담임경험을 가진 교사였더면 이런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을텐데…. 그리고 너희들에게 좀 더 많이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었을텐데…. 그러나 올해 많이 배우고 연습한 덕분에 다음 번에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 같아.
여교사 담임반은 엉망이라는 편견을 깨고, 바른 생활 태도와 단합으로 다른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았던 우리 7반. 나 결혼한다고 야간 자율학습까지 빠지며 노래와 춤을 연습해 결혼식을 축제 분위기로 만들어주었던 우리 7반. 내 생일날 너희들이 아침부터 모른 척 딴청을 부렸지? 서운할 뻔 했는데 오후 늦게 커다란 케이크와 선물 그리고 잊지 못할 엽서 퍼레이드로 기쁘게 만들어 주었던 우리 7반.
내가 많이 줄 거라고 다짐했는데 오히려 내가 많이 받았다. 너희들 내가 “너희가 내 첫사랑이야”라고 말했을 때 “에이~”라고 야유를 보냈지만, 내 진심인 거 알고 있었지? 행복한 기억의 첫사랑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좀 더 지혜롭고, 자상하며, 따뜻한 담임이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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