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우칼럼]개털 된 생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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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우칼럼]개털 된 생산성

  • 승인 2005-01-24 01:54
  • 칼럼니스트. 前 국장칼럼니스트. 前 국장
나는 가끔 공장에 내려가면 공장직원들의 다문 입을 열고 옛 동무들과 못 다한 대화를 나눈다. 생산직 근로자들이 현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만족한다든지 승복한다는 뜻은 아니다. 일정한 힘으로 일정한 무게를 옮기는 단순노동은 말귀 알아듣는 동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일에는 사람의 능력을 요구한다.
일과 능력을 어떻게 배합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어려운 일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일을 할 수 없어 그 일을 하든지 그 이상의 일은 기회를 놓쳐서 못하든지 아니면 다른 일도 할 수 있으나 보수가 높아 그 일을 하든지 해야 하는데 여기에서 기회균등과 고한(苦汗)노동의 갈림길이 나온다.

요즈음 자주 거론되는 기피업종은 시대적 산물이라서 임금을 더 주든지 기계화를 더 하든지 아니면 저임금을 수입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는 있다. 그러나 기회를 공평하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응모자격이 평등해야 하고 그 선발과정은 공정해야 탈락을 감수하게 된다. 공모를 한다면서 뒷구멍으로 학교 차, 지역 차를 두면 안된다.

또 뽑힌 사람은 명예도 얻고 보람도 있으니 임금의 큰 차를 둬서는 안된다. 물론 사회주의국가에서처럼 신참과 고참간의 임금격차가 두 배를 넘지 않고 의사와 같은 특수직종을 빼고는 초봉이 대개 엇비슷한 것을 타당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들어가기 어려운 자리에서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다면 거기에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 정도라면 사람들이 모두 희망을 가지고 생산성에 달라붙고 그 사회는 발전한다.
그러나 이 나라에선 생산성에 관계없이 한번 선택을 받았다는 것, 합격했다는 것, 우승을 했다는 것, 심지어는 어디 출신 어느 지방만 가지고 너무나 터무니없는 우대를 받는다.

인정을 못 받는 사람, 큰소리 못 치는 사람, 개털 찬밥, 한 마디로 소외당한 사람들이 양산되어서는 곤란하다. 서울공화국을 빼고 지방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무기력과 무성의가 가득하다면 그런 사람들이 생산하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일등이기를 바라기는 힘들다.

자연 여우 털이 만드는 선진제품과 경쟁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선택받은 사람, 잘난 사람들이 턱없이 많은 보수를 받거나 보수 외로 부수입을 늘린다면 소외계층은 더욱 맥 빠지고 웬만큼 자리잡은 사람들의 직업적 평정까지를 흔들어 놓는다. 특히 머리 좋은 사람들이 죄다 서울로 진출하여 고소득 고명예를 누린다면 기술개발, 제품개발은 누가 하며 지방의 근무의욕은 어찌 되겠는가.

소외계층의 문제는 자본주의의 본질적 사회현상으로 논의 될 만큼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진국이 다양한 교육제도와 이에 상응하는 직업선택의 길을 개발하고 산업적으로는 끊임없는 기계화, 자동화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있다.

또 도농 간 핵주(劾周)간 격차를 줄이려고 애쓴다. 잘난 사람들은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게 공권력 아닌가. 자기 일이나 잘 하라고 나무라기 앞서 이 나라의 유장한 역사를 통해 잘난 사람, 출세한 사람들이 진정 해놓은 일은 무엇이며 해먹은 것은 무엇이고 또 싸고 뭉갠 것은 무엇인가를 따져야 한다.

백성이 주인이 된 세상에서조차 소외된 백성을 양산하는 공권력과 이를 틀어쥔 출세조(出世鳥)들은 뉘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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