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종족 보존의 법칙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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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종족 보존의 법칙마저…

  • 승인 2005-01-22 00:00
  • 김진호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장김진호 대전연정국악문화회관장
이제 더 이상 오를 데가 없습니까? 여기가 정상입니까? 우리 민족이 고작 여기에 멈추어 서려고 그리 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했습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국민소득 만 달러 시대’이곳이 우리 민족이 멈춰 설 자리는 아닙니다. 1000천 번에 가까운 외세의 침략도 거뜬하게 물리친, 작지만 강한 나라 대한민국이 오늘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더이까? 이 나라가 누구를 위해 존재합니까? 혹시, 당신을 위해 이 나라가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건 아니십니까? 위정자들이여! 작금의 세계사가 어디로 흘러갑니까?

한때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칭송이 자자하던 민족인데, 어쩌다 우리가 이 지경이 되었습니까? 왜 이리 철저히 망가지는 일들만 골라서 하려는 것입니까? 도대체 호적법 때문에 인간답게 살지 못하는 이 땅의 어머니들은 몇이고, 계부의 성을 따르지 못해 왕따 당하는 불행한 우리의 아들딸들은 과연 몇이란 말씀입니까?

당신네들은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5000년 단일 민족의 ‘혈통 보존의 법칙’마저 무너뜨리는 겁니까? 도대체, 누구를 위하여 도덕 국가의 마지막 보루인 사회제도마저 뒤흔들어 놓으려는 겁니까? 우리의 호적법은 단순히 가족 구성원간의 위계질서나 따지라고 만든 씨앗이, 문서가 아닙니다. 대동계나 하라고 만든 그리 하찮은 동네 계(契) 장부 같은 것은 더욱 아닙니다.

당신들이 그리도 거추장스럽게 여기는 호적법이 결국은, 당신을 그 성한 몸으로 오늘을 살게 한 족보문화의 근본이요 혈통보존의 철학이란 걸 왜 모르시는 겁니까? 생물학적 토대 위에 민족의 슬기까지 담긴 우리의 족보문화가 5000천 년 동안, 이 나라를 지탱한 힘의 원천이요! 절대가치의 사회 제도라는 사실을 진정 그리도 모르신다는 말씀입니까?

조신하지 못한 어른들의 행동거지로 청소년들의 가슴은 지금 시커멓게 멍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좁디좁은 가슴으로 5000천 년 단일민족의 한(恨)까지를 쓸어 담았던 우리네 어머니들처럼, 오늘의 어머니들은 그리 큰 가슴으로 위기의 한국사회를 지켜 내면 안 되는 것입니까? 동방예의지국의 역사를 다시 고쳐 쓰면 안 된다는 말씀입니까?

양성평등이라는 슬로건 아래 자신들의 행복만을 찾아 떠나는 부모들의 이혼 탓에 가정이라는 행복의 보금자리마저 유린당해야만 하는 자식들의 인생은 그리 하찮은 것이고, 호적법 때문에 가정을 헌신짝처럼 버리지 못하는 여인네들의 행복 추구권 확보는 그렇게 절박하고, 숭고한 가치입니까?

우리는 학창시절 근친혼이 저능아 출산율을 높인다고 배웠습니다. 일찍이 족보를 ‘종족 보존의 법칙’으로 삼은 우리 민족의 지혜를 극찬한 어느 하버드 대학교수의 논문이 새삼스럽습니다. 세계를 지배하는 일등 국가를 자처하면서도 저능아 출산만큼은 막아 내지 못한 그들이 우리의 장롱 속 족보문화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들어는 보셨는지요?

속담에 ‘알아야 면장을 한다’ 하지 않았습니까? 공염불인 줄 압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견이 되기 위해 족보를 싸들고 견공들의 본향 영국으로 건너가 이미 생물학적 검증작업을 끝마쳤다는 대한민국의 그 자랑스러운 명견 진도개의 우수성도, 족보도로 철저히 근친혼을 배제한 혈통보존의 산물이라는 사실에서 우리는, 우리 민족만이 가진 족보문화의 과학적 가치를 다시 한번 깨달아야 합니다.

뜯어고치다 잘못된 다른 것들이야 자자손손 다시 고쳐 쓸 수 있지만 한번 뒤죽박죽이 되어버린 혈통은 바로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건 다 뜯어 고쳐도 호적법만은 그대로 보전하자고 국민들은 아우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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