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년 새해는 종교의 해로 맞아야 한다. 지난 해의 복잡다단하고 파란만장한 사바세계, 그 투쟁과 분쟁, 혼란과 고통의 시대는 종교적 권능에 의해 세찬 바람에 구름이 걷히듯이 흘러가고, 새해로 맞이하는 첨단과학의 초고속적 발전과 물질만능의 오만한 경쟁시대 역시 종교적 이념에 의하여 무한광명에 암흑이 사라지듯이, 찬연한 평화와 행복을 창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로 21세기를 문화시대라 하거니와 이는 종교 문화의 주도 아래 그 조화로운 협력, 상생의 대방편에 의존하여 비로소 성취되는 것임을 전제해야 한다.
기실 종교의 주제와 이념은 결코 둘이 아니다, 어느 종교, 어떤 종파든지 결국 세계적인 평화와 행복을 추구, 창출하는 데서 합치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과 기반 위에서 모든 종교와 종파는 각기 방법은 달라도 그 공동 목적을 함께 달성하기 위해 그동안의 시행 착오를 청산하고 무조건 화합하여 협력해야 된다.
진정 종교라면서 목전의 이해에 집착하여 서로 반목, 질시하고 상쟁한다면 이는 종교 정신에도 근본적으로 어긋날뿐만 아니라 각개 종교, 종파가 공도 동망하고, 나아가 이 시대 이 사회가 갈 길을 잃고 방황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종교, 종파의 화합과 협력을 전제하면서 우리 불교계의 총화, 단결로써 세가지 발원을 엄중히 세워야 한다.
첫째는 문화 불교의 지향이다. 원래 불교는 문화로 존재하고, 문화로 표현되며, 문화로서 작용한다. 그래서 불교 문화는 새로운 문화 세기의 총아요 핵심이다. 따라서 우리는 불교문화로써 신행의 방편을 삼아서 아름답고 값진 삶을 자유자재로 누려야 한다. 나아가 모두는 대승적 차원에서 나와 남이 불교 문화 가운데에 하나가 되어 불법의 자족과 복락을 함께 받아야 된다.
둘째는 행복불교의 추구이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모두가 행복한 삶이다. 그래서 모두의 신행은 행복을 추구한다. 행복하기 위하여 신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복하지 않으면 불교가 아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이를 극복하여 행복해야 되고 아무리 괴로워도 이를 인내하여 행복해야 되며, 따라서 아무리 불행해도 이를 초탈하여 행복해야 된다. 누가 뭐라 해도 불교의 현실적 목표도 행복이요, 그 이상적 목적도 행복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말하기는 쉬워도 실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도, 정진하여 작으나마 행복을 추구, 성취한다면 어렵고 괴로운 현대, 불운한 세상을 인도, 구제하는 최고의 이념이 바로 불교라는 것이다.
셋째는 생산불교의 실천이다, 불교는 원래 일하여 좋은 열매를 얻는 가르침이다, 그러기에 불교는 유심, 유물 간에 창조적이고 생산적이다, 생활 속의 지혜로써 문물을 창안하여 제작하고 풍요와 유익을 대중에게 안겨주며, 스스로 생산적 삶을 개척하여 그 위에 행복의 탑을 쌓아야 한다. 폐허의 대지를 개간하여 풍성한 농토를 만들듯이, 가난을 딛고 자산을 모으듯이, 값진 삶을 생산적으로 나가는 최선의 방편이 곧 불교이기 때문이다.
이 새해에 내세운 세가지 전망은 결코 거창한 공론이 아니다. 참된 신도일진대 절실한 신행으로써 족히 실현할 수가 있다. 이 불교는 바로 실천이기 때문이다. 진실로 누구든지 아름다운 문화를 지향하고 진실한 행복을 추구하며 풍성한 생산을 갈망한다면, 심신을 다 바쳐 실천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우리 종교, 종파가 화합,제휴할때만 족히 가능한 터다. 이러한 종교적 실천에 독불장군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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