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멀고 먼 과거사 진상규명

  • 오피니언
  • 독자 칼럼

[데스크칼럼]멀고 먼 과거사 진상규명

  • 승인 2005-01-21 00:00
  • 박상배 서울주재 정치부장박상배 서울주재 정치부장
▲ 박상배 서울주재 정치부장
▲ 박상배 서울주재 정치부장
엊그제 ‘3김 정치’의 상징인 청구동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 집 앞에서 시위가 벌어졌다. 40여년의 정치 여정을 접고 이제 평안한 ‘은둔생활’을 해야 할 그를 역사논쟁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원고’측의 몸부림으로 보였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과거사 진상기본법이 통과됐고, 광복 60주년을 맞는 새해 벽두부터 한일과거사 문제가 뜨겁게 달아오르리라는 짐작도 있었다. 학계로부터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에 관한 역사적 현장고증이 새롭게 제기됐고 정부도 ‘행정의 투명성 증대’와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라는 배경에서 30년 넘는 외교문서를 잇따라 공개하고 나섰다. 그리고 지난 74년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과 65년 완결된 한일협정 문서가 동시에 공개됐다.

이를 계기로 근·현대에 걸친 한일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 압박도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JP가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것도 13년 동안이나 지속됐던 이 한일협정 마무리와 협상의 막후 주역의 위치 때문이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JP와 오히라 마사요시 일본 외상 사이에 이뤄진 ‘김-오히라 메모’로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다. 7억달러를 요구한 한국과 7000만달러가 상한선이라고 주장한 일본과 협상끝에 김-오히라는 이 청구권 금액을 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상업차관 1억달러 이상으로 타결 지었다.

다만 이 금액은 추후 협상과정에 상업차관 부분만 ‘3억달러’로 최종 조정됐다. 그러나 경제협력으로 일괄 해결하게 된 경위와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협상 중간단계 자료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김-오히라 메모는 이미 공개됐지만 그 ‘협상 막후의 비밀’이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사실 한일협정 문제는 그 후에도 시시때때로 40여년 JP정치의 발목을 잡아왔다. 각 대학캠퍼스를 돌며 한일협정 반대시위(6·3사태)를 정면돌파하기 위한 대토론회를 갖는가 하면, 희생양이 되어 ‘자의반 타의반’ 외유길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JP 자신은 ‘김-오히라 메모’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자민련 총재 시절 그는 “제2의 이완용이 될 각오로, 국가적 신념을 갖고 이 문제에 접근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1960년대 초반 우리는 조국근대화를 해야 했으나 돈은 한푼도 없었다”면서 “그 시대에는 한일협정의 논리와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1997년 ‘DJP정권’ 당시 또 한번 맞은 총리 재직시절 일본 방문을 앞두고 오히라와 협상했던 과정을 언급한 적이 있다. 30대 중반의 혈기왕성한 청년 JP는 오히라를 만나서 일본의 3대 명장이라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리더십을 비교하면서 “나는 히데요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 명장의 성격과 리더십은 울지 않는 두견새를 울게 하는 방법으로 비유되고 있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죽여버리고,히데요시는 울지 않는 두견새는 울게 만들며 이에야스는 울지 않는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유명한 이야기를 인용해서 오히라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DJ시절 총리 JP는 “나는 목을 비틀어서라도 새를 울게 해서 조국근대화를 이룩해야 했다”면서 “조국 근대화를 이룩해야 하는 한국과 과거를 청산해야 하는 일본이 의기투합한 것이 바로 김-오히라 메모였다”라고 회상했다.

JP의 자평과 변론을 떠나 최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일본 배상금을 받은 국가들 가운데 다른 나라들이 호텔을 지을 때 포철과 고속도로를 건설했던 한국이 가장 잘 쓴 것으로 평가했다. 근대화의 주춧돌로 인정한 셈이다. 역사는 역사로서 억지와 아픔을 남기지 않고 규명돼야 한다. 이제 그 뒷마무리는 그만한 경제적 볼륨을 갖춘 정부의 몫은 아닐까.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가을단풍 새 명소된 대전 장태산휴양림…인근 정신요양시설 응급실 '불안불안'
  2. [사설] 의료계 '정원 조정 방안', 검토할 만하다
  3. [사설] 충남공무원노조가 긍정 평가한 충남도의회
  4. 대전사랑메세나에서 카페소소한과 함께 발달장애인들에게 휘낭시에 선물
  5. 제90차 지역정책포럼 및 학술컨퍼런스 개최
  1. '한국탁구 국가대표 2024' 나만의 우표로 만나다
  2. 국방과학일류도시 대전 위한 교류장 열려
  3. 충남대병원 응급의학과 학술적 업적 수상 잇달아…이번엔 국제학자상
  4. 건양대병원, 시술과 수술을 한 곳에서 '새 수술센터 개소'
  5.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헤드라인 뉴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아침밥 안 먹는 중·고생들… 대전 45% 달해 ‘전국 최다’

대전지역 청소년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학생들의 건강 증진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대전교육청은 바른 식생활 교육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6일 교육부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학생들의 아침식사 결식률은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는 전국 800개 표본학교의 중·고등학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식생활, 정신건강 등에 대해 자기기입식 온라인조사를 통해 진행됐다. 대전지역 학생들의 아침..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기획] 대전, 트램부터 신교통수단까지… 도시균형발전 초석

대전시가 충청권 메가시티 완성의 시작점인 광역교통망 구축에 힘을 쏟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부터 신교통수단 시범사업 등을 추진하면서 도시균형발전 초석을 다지는 것을 넘어 충청 광역 교통망의 거점 도시가 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28년 만에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올해 연말 착공한다. 도시철도 2호선은 과거 1995년 계획을 시작으로 96년 건설교통부 기본계획 승인을 받으면서 추진 됐다. 이후 2012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사업이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됐지만 자기부상열차에서 트램으로 계획이 변경되면..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대전 유통업계가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겨울철 대목을 노리고 있다. 우선 대전신세계 Art&Science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26일 백화점 1층 중앙보이드에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선보였다. 크리스마스 연출은 '조이 에브리웨어(Joy Everywhere)'를 테마로 조성했으며,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건물 외관 역시 크리스마스 조명과 미디어 파사드를 준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대전 신세계는 12월 24일까지 매일 선물이 쏟아지는 '어드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